中 "반격조치" 공언 하루만에 대미 강력대응…무역전쟁 더 격화

연합뉴스 2025-04-05 00:00:09

관영지 "11개 화살 쐈다"…NYT "中 '물러설 의사 없다' 의지

갈등 풀 미중정상회담 조기 성사도 불투명…"무역갈등, 민간으로도 확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반격 조치를 공언한 지 하루 만에 강력한 전방위 '보복 대응'에 나서며 양국간 무역전쟁 양상이 한층 더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무역전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됨에 따라 갈등 해소의 단초를 제공할 양국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도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對)중국 상호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중국은 미국의 지난 1·2차 관세 인상 당시와 비슷한 보복 조치도 다시 꺼내 들었다.

▲ 컴퓨터 반도체·전자기기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 미국·인도산 CT용 X선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 ▲ 수수·가금육 관련 미국 기업 6곳 수출 자격 정지 ▲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이다.

또 ▲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 11곳에 대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 포함 ▲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군수용으로도 민간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품) 수출 금지 ▲ 듀폰 중국 법인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등도 포함됐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반격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청명절 연휴(4∼6일)임에도 맞불 대응을 쏟아냈다.

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중국이 이날 내놓은 반격 조치에 대해 "한꺼번에 11개의 화살이 발사된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 2월 4일 10%, 지난달 4일에는 별도의 10%의 보편 관세를 잇달아 부과한 미국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34%의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해온 유효 세율을 고려하면 최종 관세율은 64%에 달하고 많게는 70%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대중 60% 관세 부과'를 공언해왔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맥쿼리그룹 래리 후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발표한 대중 관세 수준이 중국 경제성장률을 최대 2.5%포인트 깎아내릴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이라는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미중 정상 간 만남은 기약이 없는 가운데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에 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대응에 나서면서 양국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CNN은 양국 관계까지 재설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정상 회담이 오는 6월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르면 이달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이제는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NYT는 미국의 보편관세와 중국의 맞대응이 미중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대한 기대를 어둡게 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10%' 대중 추가 관세의 명분으로 내세운 펜타닐 문제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중 정부 간 무역 갈등은 양국의 민간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발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 공급업체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월마트에 중국 관리들이 반발한 점과 홍콩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항구 등의 운영권을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거래에 중국 정부가 분노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중국계 회사가 소유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측에 매각하도록 중국이 협조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어 틱톡이 미중 간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맞대응 말고도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우방'들과 끌어들여 공동 대응에 나서려 하고 있다.

중국은 EU를 향해 글로벌 무역협상에 확실성을 더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보냈고,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는 3국 자유무역협정(FTA) 등 역내 경제 통합을 통해 다자무역 체제를 함께 수호하자고 제안했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