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 헌재, 尹 '거대야당 횡포' 주장에 "비상사태 자의적 판단"

연합뉴스 2025-04-05 00:00:07

"계엄당시 검사 1명·방통위원장 탄핵심판만…국가기능 저하 인정안돼"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PG)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황윤기 기자 =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의 배경으로 주장한 '거대 야당의 전횡'과 관련해 국가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국가비상사태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가 이날 공개한 114쪽 분량의 결정문에는 야당의 탄핵소추와 특검법 및 각종 법률 개정안 추진, 2025년도 예산안 의결 등이 계엄을 선포할만한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판단이 담겼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임기 시작 이후부터 계엄 선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재발의를 포함해 총 22건으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은 점은 인정했다.

또 탄핵소추로 고위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발생한 업무 공백이 국가와 국민에게 큰 손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고, 탄핵심판 제도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헌재는 계엄 선포 전 발의된 탄핵소추안 22건 중 6건은 철회됐고 3건은 폐기됐으며, 본회의에서 가결된 5건 중 3건은 헌재가 기각 결정을 선고한 만큼 소추안 발의·의결이 국가의 행정·사법 기능 수행에 미친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무엇보다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명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만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헌재는 또 탄핵소추 의결로 피소추자의 직무가 정지돼 권한대행자가 업무를 대신하게 됐다 하더라도 곧바로 행정·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결정문에 적시했다.

헌재는 민주당이 경찰·검찰의 특수활동비와 유전개발사업출자 사업(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시켜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됐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윤석열 대통령 '파면'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주도로 국회 예결위에서 증액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2024년도 예산을 집행하고 있던 계엄 선포 당시에 국가 기능에 현실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계엄 당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었을 뿐 본회의 의결이 이뤄진 상태도 아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헌재는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을 가정해 장래의 불안이 염려된다는 이유만으로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봤다.

또 2023년에는 4조7천억원, 2022년에는 13조8천억원의 세출예산이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감액된 점을 고려하면 2025년도 세출예산안은 4조1천억원을 감액하는 수준이라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35회 발의하고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반대해 헌정질서를 교란시켰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지적한 법률안 중 상당수가 윤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부결되거나 공포가 보류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도 간첩죄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비상계엄은 위기 상황을 사후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수단이지 안보 불안이 염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선포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헌재는 민주당이 헌법상 부여받은 탄핵소추권과 입법권,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도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평상시의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그밖에 부정선거 의혹이나 '중국 하이브리드전 의혹'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다는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이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he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