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반경 150m 차벽 둘러싼 진공상태…시위대 극렬행위 차단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이율립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진 4일 헌법재판소 일대에는 예상과 달리 극단적 폭력 행위가 돌출되지 않았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극심한 혼란을 경험한 경찰이 이번엔 헌재 반경 150m를 '진공상태'로 만든 작전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 일대에서는 2명의 경상자가 나왔다. 길을 걷다 넘어져 현장 처치를 받은 이들로, 집회로 인한 부상자는 사실상 0명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시 벌어진 시위에서 지지자들이 극도로 흥분하며 경찰 버스까지 탈취했고 결국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현재까지 현행범 체포도 1명으로 집계됐다.
헬멧과 방독면 등을 쓴 남성이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깨다가 경찰 기동대원들에게 체포된 것이다.
이외에도 술에 취한 지지자나 일부 유튜버들이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며 달려들고 차로에 뛰어드는 등 돌발 행동을 했지만, 대기하던 경찰이 즉각 이격 조치했다.
경찰은 이날 최고 단계 비상 체제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전국에 기동대 338개 부대 2만여명을 배치했다. 서울 지역에만 210개 부대 약 1만4천명을 투입했다.
8년 전에도 '갑호비상'이 발령됐고 서울 도심 일대에 271개 부대 2만1천600여명이 투입됐다. 결국 차이를 낸 것은 '진공작전'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경찰은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헌재 반경 150m를 차벽으로 둘러싸 진공상태로 만드는 작전을 완료했다.
안국역 1번·6번 출구, 수운회관과 운현궁, 현대 계동사옥, 재동초교 인근 양방향 도로는 모두 차량 통행이 통제됐고, 시위자들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됐다.
종로·중구 일대는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돼 8개 구역으로 나뉘었다.
경찰서장 8명이 각 구역 '책임서장'을 맡는 가운데 경찰 기동대와 별도로 기동순찰대, 지역경찰, 교통경찰, 형사, 대화경찰 등 1천500여명이 배치됐다.
헌재 인근에는 경찰특공대가 배치됐고, 기동대도 캡사이신과 장봉 등을 갖췄다.
경찰 지휘부는 탄핵심판 선고 당일 "어떠한 불법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 경고 메시지를 냈다.
결국 시위자들이 물리적으로 폭력 행위에 가담하기 힘든 환경을 만든 뒤 엄중 대처 분위기를 조성하며 반발 강도도 자연스럽게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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