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지지하는 국민 초월해 사회공동체 통합해야 할 책무 위반"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이 비교적 신속하게 해제된 것은 시민들의 저항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헌재는 시민, 국민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하며 당시 윤 대통령의 행위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선고 요지에서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 과정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계엄이 경고·호소 목적이었다고 항변해왔지만, 당시 계엄이 신속히 해제된 것은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 덕분이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12·3 계엄 당시 시민들은 자정에 가까운 밤늦은 시간에도 국회로 뛰쳐나와 국회의사당과 국회 울타리를 에워싸며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를 막았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은 결과적으로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한 것이라도 지적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취임 약 2년 후에 치러진 총선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고 시도해선 안 됐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 취임 3년차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쳐 대패했고, 그 후 야당의 입법 폭주로 국정 마비가 초래돼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한 헌재의 평가다.
헌재는 그러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평가했다.
k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