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동훈·김동연 등 임기 단축 내걸어…이재명·김문수 '신중'
尹 파면으로 개헌 주장 힘 받을 듯…李, 대선 국면서 입장 내놓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김치연 기자 =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헌법개정 요구 속에 치러지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드러난 '1987년 체제'의 한계, 그에 앞서 벌어졌던 여야의 극한 대결과 정쟁, 그리고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사회 분열 등을 그대로 둔 채 차기 대통령만 정할 경우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주요 대권 주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개헌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 국민 절반 이상 개헌 필요성 동의…현직 대통령 연속 파면에 문제의식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국면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권자 1천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무작위 추출 가상번호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개헌 여론이 비등해진 데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비롯됐다는 문제 인식이 자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전 대통령까지 8년 사이 현직 대통령이 두 차례 파면된 국가적 불행과 절연하려면 더 이상 개헌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수사·재판 과정에서 현행 헌법의 미비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기도 하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 지지층 간 견해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정파성을 떠나 공히 개헌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 등 국가 원로들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현행 헌법 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개헌 여론 형성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오기도 했다.
◇ 정치권 개헌 공약에 이목…보수진영 '임기단축 4년 중임제' 대세
자연스럽게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대권 주자들의 개헌 공약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각 주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전에도 대선 때면 '87년 체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약이 제시되곤 했지만, 막상 집권하고 나면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정권 말기에는 차기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개헌 시도는 매번 실패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권이 개헌 요구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개헌 논의에 적극적인 쪽은 국민의힘 주자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이 나란히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조건으로 개헌안을 들고나왔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개헌을 이끌어 본인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2028년에 제22대 대선과 제23대 총선을 함께 치르자는 구상이다.
임기 단축 후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큰 틀은 같지만 각 대선 주자별 주장은 조금씩 다르다.
한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202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은 상원으로 전환하는 양원제 구상도 내놨다.
오 시장은 내각 불신임과 의회 해산권이 담긴 이원집정부제, 중앙집권적인 국가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한다.
안 의원은 4년 중임제 도입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2026년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르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편하자는 입장이다.
유 전 의원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되, 2028년 대선에서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4년 더 할 수 있도록 중임을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선거구제도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년 중임제와 함께 정·부통령 체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의회 구조는 양원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에는 반대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모든 문제를 헌법 때문이라 할 수 없다며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 비명계 주자들 일제히 개헌론…李, 대선 국면서 입장 표명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개헌 주장이 나오지만, 유력 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개헌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간 이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우선이라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 논의에 거리를 둬 왔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만큼 대선 과정에서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개헌 구상을 밝힌 뒤, 대통령 당선 후 구체화해 국회와 협의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와 달리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개헌을 촉구해 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조기 대선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1단계로 개헌을 하고, 이후 추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에서 2단계 개헌을 하자고 제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민의힘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2028년에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것이다.
김부겸 전 총리도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첫 단추가 개헌"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이번 대선에서 실현하자고 촉구해 왔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조기 대선 시 각 정당과 지도자들이 개헌 내용과 시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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