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생산 2위 인도, 정부 사업에 자국산 우선 사용 의무화

연합뉴스 2025-04-04 12:00:10

인도 자체 생산 안 되거나 공급 부족 때만 외국산 사용

인도 철강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철강 생산 세계 2위 국가인 인도가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 관련 사업에서는 자국산 철강을 우선 사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4일(현지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철강부는 '2025 국산 철강 제품 정책'을 발표하고, 인도 정부 산하 모든 부처, 기관, 공공사업에서 50만 루피(약 844만원)를 초과하는 철강을 조달할 때 반드시 인도산 철강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

또 20억 루피(약 338억원) 이하 규모의 철강 제품 조달을 위한 입찰에서는 해외 기업 입찰을 금지했다.

철강 조달 때 외국 인증 요구나 불합리한 기술 사양을 명시하는 것은 국내 공급업체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간주하기로 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인도 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외국 정부나 기관은 인도 정부 조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인도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정 철강 제품이나 국내 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공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향후 5년간 적용되며 필요시 연장할 수 있다.

이처럼 인도가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나서는 것은 철강이 인도의 중요 산업임에도 중국 등 해외 철강 제품들의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전 세계 주요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며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도입했고, 이 프로젝트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자 인도 정부는 2017년 철강 순수출국이 되겠다며 2030년까지 연간 철강 생산량을 3억t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국가 철강 정책'을 세웠다.

현재 인도 철강 생산량은 연 1억8천만t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산 완제품 철강 수입량은 16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산 등 판로를 찾지 못한 외국산 철강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인도 상무부 산하 조사기관인 무역규제총국(DGTR)은 국내 철강 산업의 '심각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며 수입 철강 제품에 200일간 12%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