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보편관세 + 57개국 상호관세'는 발표 전날에야 확정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7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막판까지 관세 부과 방식을 놓고 내부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팀 내부에선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둘러싼 설득과 논쟁이 계속됐다.
보편관세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동일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 상호관세는 상대 국가가 자국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보복관세를 적용하는 국가별 맞춤 형식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입장에서 관세가 재정수입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또한 관세가 미국 내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랐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상호관세보다 보편관세가 더 효율적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국민에게 새로운 관세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선 보편관세가 더 쉬운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상호주의 개념에 관해서도 관심이 컸다.
또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상호관세를 선호했다.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개념에 대해 미국 국민도 훨씬 호의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사이에서 탁구 경기가 벌어진 상황 같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모두 적용하는 방식으로 관세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는 지난 2일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기 이틀 전에야 각국의 관세율 수치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국가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57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결정은 발표 전날에야 확정됐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10%로 낮췄다.
이는 여당인 공화당을 비롯해 재계와 노동계에서도 과도한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전까지 백악관은 재계와 노동단체들의 만류 전화를 받았고, 공화당 의원들도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경고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부과 계획보다 충격이 적은 대안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관세 논의에 대해 지친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백악관 관계자는 이제 관세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며 "이제부터는 감세 문제를 강조하고, 연방 의회와의 정책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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