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불닭 등 K푸드 수출 줄어드나…패션·뷰티도 촉각

연합뉴스 2025-04-04 00:00:10

베트남 공장 둔 패션업체 '생산 다변화'…K뷰티도 '제한적 영향권'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차민지 기자 = 식품과 패션, 뷰티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에 타격이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삼양식품을 비롯해 미국에 공장이 없는 식품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로 K푸드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까 고심하고 있다.

베트남에 공장을 둔 패션업체들은 고율 관세를 피해 생산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뷰티 업계도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100% 수출 '불닭' 삼양식품 타격 불가피…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 둔화 우려

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해 식품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25% 관세율을 발표하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표기돼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관세율이 한 10% 정도 될 줄 알았는데 25%나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면서 "상호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 매출을 대폭 늘린 삼양식품[003230]은 이번 상호관세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는 지난해 삼양식품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전년보다 8%포인트나 높아지면서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양식품은 내부적으로 관세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관세 부과 후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마진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왔다.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봉지당 판매 가격이 1.5달러 정도다.

김치 수출 1위인 대상[001680]도 관세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상은 미국 현지에서 종가 김치 물량 일부를 생산하지만,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많다. 대상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천억원 수준이다.

CJ제일제당[097950]과 농심[004370]은 느긋한 입장이다.

미국에 공장이 20개 있는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주력 품목인 만두와 피자를 모두 현지 생산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 수요에 대응해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오는 2027년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농심은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은 생생우동 등 일부다.

경쟁사 삼양식품이 25% 관세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농심은 관세 영향에서 비켜나 있다.

주요 식품기업은 현재로서는 현지 공장 건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장은 10년, 20년, 30년을 보고 짓는다"면서 "공장 지으려면 3∼4년은 걸릴 텐데 트럼프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공장이 완공될 때쯤이면 트럼프 임기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빠르게 성장하던 대미 K푸드 수출이 감소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K푸드의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대미 수출액은 15억9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대미 식품 수출액은 3억5천만달러로 25.1% 늘었다.

라면과 과자 수출액이 가장 많으며 쌀가공식품, 음료, 김치, 인삼류도 주요 수출 품목이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 소비가 둔화하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의 원료 구매자금 융자를 최대한 지원하고 시장 다변화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OEM 한세실업·세아상역도 예의주시…"생산 다변화 검토"

상호관세 46%가 부과되는 베트남에 제조 시설을 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갭 등의 의류 브랜드를 제조하는 한세실업[105630]은 베트남에 공장 8개와 오피스 2곳을 두고 있다.

한세실업은 엘살바도르나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 생산 기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세실업은 내년 상반기 과테말라 미챠토야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하루 약 2만5천㎏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 과테말라 에코스핀 1공장을 통해 원사부터 원단, 봉제까지 모두 가능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친트럼프 국가인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설립과 생산 라인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작년 9월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정부가 선호하는 '메이드인 USA'(미국 생산) 물량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호찌민과 하노이에 생산공장을 둔 세아상역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관련 정책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처가 필요한 경우 세아상역이 진출해 있는 생산 국가에서 운영 중인 공장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제품을 수출해온 K뷰티업계도 이번 관세 부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약 2조5천억원)로 프랑스(12억6천300만 달러·약 1조8천억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K뷰티가 가성비 카테고리를 구축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 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대부분의 국가에도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상호관세 부과로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필요시 가격 인상 또는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없던 관세가 붙는 것이라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스킨케어라는 명확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중산층 소득이 높은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이 5천원이나 1만원 올랐다고 대거 이탈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기업들은 현지 공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콜마[161890]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1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2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코스맥스[192820] 역시 미국 동부 뉴저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ykim@yna.co.kr, cha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