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미 관계회복 방해세력 있어…러 입장 이해하면 새 기회"
"서로에 대한 오랜 이해 부족이 대화 방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측과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이날 텔레그램에 "4월 2∼3일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 대표들과 회의하고 있다"고 적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미국을 방문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다. 미국은 이를 위해 제재 대상인 드미트리예프 특사의 제재를 일시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는 전 세계에 중요하지만 조 바이든 전 미 정부 시절에 완전히 무너졌다"며 "지금도 건설적 협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방해 세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와 미국이 공통점을 찾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국제 문제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구축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화 복원은 어렵고 점진적인 과정"이라며 "모든 만남과 솔직한 대화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러시아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투자와 경제 분야를 포함해 건설적인 상호작용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이번 주 워싱턴D.C.를 찾아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와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드미트리예프 특사의 이번 주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이후 미국 언론들은 전날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이미 도착해 위트코프 특사와 회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워싱턴D.C.에 착륙한 비행기 항로 사진과 함께 "당신의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는 중요하다. 이는 모두에게 더욱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올렸다.
이 때문에 그의 미국 방문으로 교착된 러시아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경제 부문 협력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며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도 미국이 추진하는 휴전안이 갈등의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엑스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 간 대화에 대한 저항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는 견고한 이해관계와 낡은 서사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이반 로시카레프 교수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미·러 대화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에서는 러시아가 '괴롭힘'을 가하고 있고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이 제국의 야망을 재생산한다는 담론이 지배적"이라며 "러시아에는 미국인들이 냉소적으로 행동하고 이익만 추구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드미트리예프 특사의 미국 방문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양보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의 진전도 '환상'에만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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