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미래인구硏 세미나…"비혼 단독출산 사회적 논의 시급"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임신·출산·돌봄 지원에서 소외된 비혼 동거 가족이 차별받지 않도록 비혼 등록·증명제도 마련 등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비영리 민간 인구정책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비혼 출산의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제1차 인구 2.1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생연구본부장은 비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출생 때부터 차별받는 등 비혼 가정은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송 본부장은 "민법은 출생 시부터 '혼인외 출생자'로 비혼 가정 아이에게 낙인을 찍고 있으며 비혼 동거 당사자는 혼인관계를 중심으로 한 출산휴가, 돌봄휴직, 신혼부부 주택 공급 등에서 소외되고 의료기관에서도 가족 관계 증명이 어려워 불편을 겪고 있다"며 "비혼 관계 등록·증명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윤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전략커뮤니케이션팀장은 "비혼 출산자는 임신·출산·양육 지원에 필요한 증빙을 갖추려 본인의 가치관과는 다른 제도권에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삶의 형태로서 다양한 가족과 출산을 인정하고 누구나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게 권리와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전통적 부부로서가 아닌 개별 남녀의 독립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비혼 출산 정책 방향은 '부부 인정'이 아닌 '자녀 인정' 쪽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는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 연구위원은 "비혼 동거 출산과 비혼 단독 출산은 또 결이 다르다"며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해 단독 출산을 위한 정자 기증과 보조생식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사회가 됐지만, 아직도 제도적으로 비혼 동거 관계를 보장하려는 노력조차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위원은 "정보·경제력을 보유한 이들은 정자 기증 등 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결정이 가능해졌고, 이는 출산의 계층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어떻게 정책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강은애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여성가족정책팀장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생식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에 응답자의 73%가 동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국민적인 합의가 어느 수준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냉동난자 등 비혼 단독 출산에서의 보조생식술을 어느 부분까지 정책 대상으로 설정할 것인가, 여성과 아동의 법적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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