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설명은 거창하더니…' 황당한 세율 계산 방식 도마

연합뉴스 2025-04-03 19:00:07

'불공정 통상관행 근거로 상호 관세율 도출' 당초 복잡한 설명과는 달라

자의적 산정법 논란…"상호주의는 구실일뿐", "관세 위해 만들어진 숫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율이 자의적인 계산법에 근거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상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의 절반을 그대로 상호관세율로 정한 '허술한' 계산법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46%)을 비롯해 태국(36%), 중국(34%), 대만(32%), 인도(26%), 한국(25%), 일본(24%) 등 아시아 교역국에 20%대 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했다. 다만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 한국 관세는 25%가 아닌 26%로 표시돼 혼선이 있는 상태다.

중국은 미국이 합성마약인 펜타닐 원재료 유통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관세에 34% 관세가 추가돼 총 50%대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산정법을 공개했다.

USTR은 "국가별 수만개의 관세, 규제, 세제와 기타 정책이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은 복잡하거나 불가능하다"며 양자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상호관세율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USTR은 수입의 가격탄력성과 관세 비용을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USTR이 공개한 공식은 사실상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수치다.

작년 미국이 한국과의 상품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달러, 수입액은 1천320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천320억달러로 나누면 50%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매긴다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50%의 절반가량인 26%로 책정했다.

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 중인 트럼프

이런 계산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관세의 정당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중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보여주며 "외국의 무역 장벽이 상세히 적혀있는 매우 큰 보고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NTE는 매년 나오는 보고서로 발간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3월 31일 공개된 올해 보고서는 각국 상호관세 부과 여부와 세율을 책정하는 데 고려할 '체크리스트'처럼 여겨졌다.

올해 보고서는 한국 관련,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을 비롯해 인터넷망 사용료와 플랫폼 기업 관련 독과점 금지 등을 둘러싼 입법 동향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NTE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미국 입장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항목을 상호관세 부과에 반영한 게 아니라, 단순히 무역액과 적자액 총액을 비교한 셈법에 임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상호관세율 산정법에 대해 우리가 어느 특정 국가와 가진 무역적자는 모든 불공정 무역 관행과 부정행위의 합산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국가별로 산정한 상호관세 전체를 부과하는 대신 그 절반만 부과한다며 "대통령은 세계에 관대하고 친절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어떤 계산법이냐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호주의'라는 구실을 댔을 뿐, 트럼프 정부가 필요한 대로 숫자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언론인 제임스 수로위에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정부가 주장한 다른 나라의 대미 관세는 "만들어낸 숫자"라며 "한국은 미국 수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