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불황에 관세 불확실성까지…석유화학산업 대응책 고심

연합뉴스 2025-04-03 17:00:04

대미 수출 적지만 간접 영향 우려…대규모 설비로 현지 투자도 어려워

中 공급과잉 해소에 반사이익 기대도…"산업 전반 영향 예의주시 중"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수요 침체에 따른 불황에 더해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교역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지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대미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시장 위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그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전체 수출 물량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9% 수준인 43억달러로, 중국(36.9%)에 이어 2번째로 크다.

미국 수출 비중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라 2020년 5.1%에서 최근 5년간 오름세를 보였지만,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당장 미국발 관세 조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교역 환경 위축과 유가 하락 등 간접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수입 규제, 반덤핑 조사 등 교역 환경이 위축될 경우 실물 경기가 둔화하고 국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업계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재고자산평가 손실이 심화해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어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시름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미국에 직접적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산업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 (PG)

관세 회피를 위한 미국 현지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화학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소요되는 자본 및 기술집약형 장치 산업으로, 1개 단지 건설에 40억달러 전후가 투입되고 건설에도 3년 이상이 소요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이미 미국에 공장이 있지만, 해당 공장들은 이미 용도에 맞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돌파구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주에 에틸렌 100만t, 모노에틸렌글리콜(MEG) 70만t 규모로 범용 제품을 생산 중이며, LG화학도 오하이오주에서 연산 3만t 규모의 ABS 컴파운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학산업은 중국과의 인접성을 발판으로 중국에 수출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현재 국내 공장에서도 수익이 크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는 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결과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중국 석유화학 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다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전날 화학업 관련 단체 7곳과 간담회를 열어 국제 정세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우려하며 산업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엄찬왕 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화학 기업의 목소리를 최대한 면밀히 청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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