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빗겨간 반도체株도 '휘청'…간접영향·품목관세 위험(종합)

연합뉴스 2025-04-03 17:00:02

"관세 우려 과도" 분석에 장중 낙폭 줄여…수요 타격 우려 산재, 안도하긴 일러

반도체주 (PG)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국내 반도체주는 3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선 제외됐음에도 관세 폭탄의 충격파를 피하진 못했다.

장중 낙폭을 일부 만회하긴 했으나, 상호관세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데다 품목관세 위험도 남아 있어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1.67% 내린 19만4천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8만8천200원까지 하락해 지난달 12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19만원 밑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다만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은 일부 축소됐다.

삼성전자[005930]도 2.04% 내린 5만7천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23% 하락한 5만6천900원까지 내렸으나 장중 낙폭을 줄였다.

간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주요 국가에 개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상호 관세는 반도체, 의약품 등 일부 품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국자 브리핑에서 25% 관세가 확정된 자동차 외에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 품목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재차 나오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관세 부과로 각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5.7%), 애플(-7.1%) 등 미국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한 점도 장 초반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다만 반도체 관세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주는 장중 낙폭을 줄이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에 대한 협상 여지를 둔 데다,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 등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 산재하고, 이미 주가에 우려가 선반영돼 하방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세 영향은 분명 부정적이지만 그럼에도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관세 우려를 일정 부분 선반영함에 따라 올해 예상 주당순자산(BPS)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 0.9배, 1.4배 수준까지 하락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관세 부과에 따른 우려보다 감세 기대감이 더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레거시 반도체 가격은 지난 두 개 분기 동안의 하락을 끝내고 이제 상승의 초입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상호관세 경계와 공포심리가 선반영됐다"며 "우려보다 양호한 1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가운데 상호관세에서 한 발 빗겨 있는 반도체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종목이 상호관세에서는 제외됐지만,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으면서 수요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와 안도하기는 이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도 "오늘 관세 발표에서 반도체는 상호관세 제외 품목으로 지정됐지만, IT 장비에 대한 관세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세트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수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광진 연구원도 "반도체는 직접 관세는 피했으나, 반도체가 중간재임을 고려할 때 최종 제품에 관세가 부과됨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관세 효과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고 공급 업체가 떠안을 경우 공급망 전반의 판가 하락 혹은 비용 상승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천40억원 순매도하며 전날(280억원 순매도) 대비 순매도액을 11배까지 늘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액도 3천330억원으로 전날 순매도액(1천240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mylux@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