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매출 30% 이상 떨어질 텐데"…경기 자동차부품업체들 '한숨'

연합뉴스 2025-04-03 16:00:03

관세 폭탄에 수주액 10%↓…車 관련 수출업체 32%가 경기도에

철강·알루미늄 등 업종도 직격탄…道, 500억 특별경영자금 긴급지원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몇 년 전 코로나 사태와 반도체 부족난으로 각각 3개월씩 공장 가동을 멈추고 버텼는데 이번엔 기약 없는 관세 폭탄이라 더 걱정입니다."

평택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3일 미국 정부의 수입 자동차 25% 관세 부과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2001년 창업한 A사는 9개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현대차와 기아 등에 납품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오다 지난달 10%가량 수주량이 갑자기 줄었다.

A사 대표는 "최근 수주량 감소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예고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오늘부터 실제 자동차 관세 발효가 돼 대기업도 어려운 상황인데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180억원의 매출 목표에 30% 이상 못 미칠 것으로 A사는 우려했다.

A사는 이날 경기도가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지원을 약속한 특별경영자금을 8억~10억원 신청하기로 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31일 평택항에서 자동차 수출업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관세 피해 중소기업에 500억원 규모의 긴급 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별경영자금은 4%가량의 대출 이자에서 2.5%의 이차 보전이 돼 중소기업은 1.5%의 이자만 내면 된다.

자동차에 앞서 지난달 12일 25% 관세 부과가 시행된 경기지역 알루미늄·철강 업계도 마찬가지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알루미늄 에어컨 부품 수출업체인 화성시 양감면의 B사는 지난달 부산항에서 선적해 곧 미국에서 통관절차를 진행할 7만달러 상당의 수출품에 관세가 처음 부과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했다.

B사 관계자는 "미국 거래처에서 아직 별다른 얘기가 없어 더 조마조마하다"며 "거래처에서 25% 관세를 물으면 제품 가격을 깎아달라든지 아니면 관세 분담을 얘기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물건값의 1~2% 정도만 협상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B사는 종업원 150명가량으로 연간 수출액 2천만달러 가운데 700만달러를 미국이 차지하는데 25% 관세 부과에 따라 제품가격이 오를 경우 미국 수출액이 많으면 300만~400만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유럽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나 기술 혁신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해법인데 장기간이 소요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A사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지역 자동차 관련 수출업체가 1천493개로 전국(2만6천29개)의 32%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1천177억9천만달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한다.

또 철강 관련 수출업체가 3천420개, 알루미늄 관련 업체가 1천549개가 경기도에 있으며 철강의 경우 전국 업체의 31.9%, 알루미늄은 39.3%를 차지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의약품 등을 포함한 5대 무역 위기 품목 업체들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어 관세 폭탄에 따른 피해도 경기도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 산업의 전후방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기업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위기 대응 단계별 맞춤형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