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무슬림단체 "모스크, 힌두교 단체에 빼앗길 수도…차별적 법안"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인도 정부가 이슬람 재단(와크프)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키렌 리지주 인도 소수민족 담당 장관은 전날 와크프를 관리하는 이사회에 비무슬림을 포함하고, 정부가 해당 재산 보유 현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와크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와크프의 부패와 비효율적인 운영이 개선되고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무슬림 단체나 야당에서는 무슬림 소수집단의 권리를 더욱 약화하고 무슬림 재산을 몰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와크프는 모스크(이슬람사원) 운영과 기타 자선을 목적으로 기부된 토지나 건물, 기부금 등의 재산을 보유한 종교 재단이다. 한 번 와크프에 기증된 재산은 다시 양도할 수 없다.
인도의 와크프는 총 약 4천50㎢ 규모의 토지에 87만2천여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가치는 142억2천만달러(약 20조9천억원)로 평가된다. 수 세기 전부터 유지되고 있으며 많은 기부금이 모스크나 신학교, 보육시설 등에 사용된다.
와크프는 주마다 있는 이사회에서 관리하며 이사회 구성원은 전원 무슬림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사회 구성원에 비무슬림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재산 보유 현황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도 논란이다.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가 여러 지역에서 모스크가 힌두 사원터 위에 세워졌다고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많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와크프 이사회는 재산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해 지역 행정 담당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소유권 증명을 얻지 못하면 법정 다툼에서 져 오랫동안 관리하던 토지를 빼앗길 수 있다고 무슬림 단체들은 우려한다.
이 때문에 야당과 다수 무슬림 단체는 이번 법안이 차별적이라며 무슬림 소수자의 권리를 약화하려는 모디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법은 지난해에도 발의됐지만 야당 반발로 추가 논의를 거치도록 한 바 있다.
인구 14억5천만명의 인도에서 무슬림 인구는 약 14%로 2억명 정도다. 2013년 인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무슬림은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소수집단으로 나타났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