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기준 불투명…발표전 거론됐던 '더티15'는 구체적 언급안해
대미 무역흑자 큰 곳들에 빠짐없이 20∼46% 관세폭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상호관세 목록에는 자의적 성격의 숫자가 빼곡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별 목록에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대미 관세율로 환산한 수치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상호관세 발표식 때 소품으로 사용한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국가 및 지역은 모두 135개였다.
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161개 국가 및 지역에 관세를 매긴 셈이다.
세율이 높은 국가가 많은 곳은 유럽과 아시아였다.
10%를 초과하는 고율관세가 매겨진 지역 및 국가는 총 67곳이었다.
이들 중 지역별로는 유럽이 EU 27개국과 스위스(31%), 세르비아(37%), 노르웨이(15%)까지 총 30개국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각각 18개국과 11개국이었다.
중동에선 시리아(41%), 요르단(20%), 이스라엘(17%) 등 3개국이, 미주에선 니카라과(18%)와 프랑스령 생피에르미클롱(50%) 등 2곳만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나우루(30%), 바누아투(22%) 등 태평양 섬나라 두 곳과 노퍽섬(29%)도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백악관은 환율 조작(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과 무역장벽 등을 각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로 환산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고율관세가 부과됐더라도 해당국이 미국에 매겨온 관세에 비해선 할인된 액수라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미국에 대한 해당국의 관세가 책정됐는지, 또 어떤 기준으로 할인이 적용됐는지는 현재로서 불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자의성과 일방적 조치 때문에 향후 다채로운 외교적, 통상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는 10%의 관세에 더해 '플러스 알파'의 관세를 받은 국가들에 대해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이라고 규정했다. 관세나 무역장벽 등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른바 '더티 15(Dirty 15)'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구체적으로 국명을 밝히지 않아 여러 관측을 낳았고 이날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에도 그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를 보면 미국이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관행보다는 미국에 얼마나 큰 무역적자를 유발하는지를 위주로 '더티 15'가 결정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 무역관행국으로 지목한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EU,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베트남 등 21개국 중 상당수가 미국발 관세전쟁의 예봉을 피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중 영국,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호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최소 수준인 10%의 상호관세만 부과했다.
러시아는 아예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관세가 사실상 '제로'인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절반을 할인해 25%의 상호관세를 매긴다고 밝힌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 외에도 작년 미국 상무부가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교역 파트너로 꼽은 중국, EU, 베트남, 대만, 일본, 인도, 태국, 스위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은 이날 최소 20%에서 최고 46%의 관세폭탄을 맞았다.
역시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나라로 지목된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일찌감치 25%의 관세가 부과된 상황이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