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정교히 계산했다는 관세율,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절반값?

연합뉴스 2025-04-03 13:00:08

韓과 무역적자 660억달러/수입액 1천320억달러=50%…상호관세는 절반인 25%

백악관 "경제자문위가 국제 무역 문헌과 정책 관행에 잘 확립된 방법론 이용"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고 단순히 해당 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나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언론인 제임스 수로위에키는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원래 주장한대로 해당 국가가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상호관세율을 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특정 국가와의 상품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뒤 그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율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작년 인도네시아와 상품 교역에서 179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인도네시아에서 280억달러를 수입했는데 179억달러를 280억달러로 나누면 64%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부과한 관세는 64%이며 따라서 이의 절반인 32%를 상호관세율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도 이 계산법과 맞아떨어진다.

미국이 작년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달러, 수입액은 1천320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천320억달러로 나누면 50%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이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25%라고 발표했다.

수로위에키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다른 나라의 대미 관세는 "만들어낸 숫자"라면서 "우리와 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은 미국의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국가별로 부과한 상호관세

일본의 경우 무역적자 685억달러를 수입액 1천482억달러로 나누면 46%이며 이의 절반은 23%다.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24%와 비슷하다.

이 계산법을 중국, 유럽연합(EU), 베트남, 대만, 인도 등에 적용하면 실제 상호관세율과 동일하거나 거의 같은 숫자가 나온다.

다만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했거나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이 10% 미만인 경우 기본 관세인 10%를 적용한 것으로 수로위에키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한 20% 부가가치세(VAT)가 있지만 상호관세율이 10%에 불과했다.

미국은 작년 영국과 교역에서 1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구체적인 산정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각 교역국이 미국에 적용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국가별로 숫자를 산출했고 이의 절반을 상호관세로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가 국제 무역·경제 문헌과 정책 관행에서 매우 잘 확립된 방법론을 이용해 숫자들을 계산했다. 그들이 사용한 모델은 우리가 어느 특정 국가와 가진 무역적자는 모든 불공정 무역 관행과 부정행위의 합산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국가별로 산정한 상호관세 전체를 부과하는 대신 그 절반만 부과한다고 설명하고서는 "대통령은 세계에 관대하고 친절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태도를 고려하면 산정법 자체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관세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상호주의'라는 구실을 댔을 뿐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관세를 부과할 태세였고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숫자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돌았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