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맞불·협상·제소…주요국, 당혹 속 대응수위 저울질

연합뉴스 2025-04-03 13:00:07

중국, 즉각 철회 요구하며 '단호한 조치' 맞불 경고

EU, '42조+α' 보복관세 시사하며 협상도 모색

멕시코 협상·캐나다 응수…일본 "극도로 유감" 협상 총력태세

트러픔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전격 발표하면서 각국은 자국의 산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그동안 세계 교역의 기준이 돼온 자유무역주의를 훼손한다는 반발 목소리가 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일단 관세를 부과한 후 협상으로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각국 정부는 대미 교섭을 염두에 두고 대응 수위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이번 조치로 34%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예고해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즉각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해소하자고 촉구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한사코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각종 위협(訛詐)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反制)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중국이 이번 상호관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중국은 지난달 4일 미국이 자신들에게 10%의 추가 보편관세를 부과하자 즉시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 바 있다.

다만 왕 주임은 전날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과 평등한 협상을 해 호혜·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벨기에의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

유럽연합(EU)은 20% 상호관세에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올로프 질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이뤄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두 가지 대응책을 소개했다.

EU가 미국과의 철강 협상 무산 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보복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와 관련한 추가 대응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EU는 지난 달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이달부터 2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2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일단 시행을 보류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EU가 검토하는 '추가' 대응에 미국의 상품뿐 아니라 미국의 서비스 부분에 대한 보복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EU가 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우선순위에 두는 만큼 검토 중인 보복 조치 역시 '협상카드' 용도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멕시코, 캐나다, 미국 국기

일단 상호관세 적용이 보류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다른 숙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펜타닐 유입·이민자 흐름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중미 3국의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기준을 지킨 제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멕시코는 보복관세 등을 통한 즉각 대응은 자제하면서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설득할 포괄적인 계획을 3일 내놓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멕시코 정부는 앞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예고 때에도 "맞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장관급 협상단을 보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의 조치에 응수를 예고하며 멕시코와 온도차를 보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의 대응과 관련 "목적과 힘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캐나다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응해 지난 달 4일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1단계 보복 관세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적용 대상에 대해 관세를 유예한 것과 맞물려 1천250억 캐나다달러(약 128조원) 규모의 2단계 보복 관세의 시행을 유예했다.

다만 캐나다 역시 협상 등을 고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날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캐나다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식료품 대부분과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등에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항구에 있는 자동차들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게 된 일본은 보복 대응 대신 협상을 통한 대미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가 극도로 유감"이라며 "일본에 해당 관세를 적용하지 말 것을 미국에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상호 관세 부과가 임박한 이달 1일 기자회견에서도 "계속해서 일본을 제외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며 "국내 산업·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조사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 브라질의 의회는 새로운 무역 장벽에 대한 정부의 대응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브라질 정부가 자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 조치 시 정부가 관세와 같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틀을 제공한다.

아울러 브라질 정부는 "합법적인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 양자 무역에서의 상호주의 보장을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WTO 제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