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삼촌' 등 4·3 다룬 작품 꾸준히 집필…최근 에세이 '사월에 부는 바람' 출간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앞두고 파리서 전시…"희생된 원혼 안식 취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제주 4·3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인 사건이에요. 관련 기록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고, 이를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최종 심사만 남겨두고 프랑스 파리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힘을 얻고 있다.
4·3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된 1978년 소설 '순이 삼촌' 등 4·3을 다룬 문학 작품을 집필해온 소설가 현기영(84)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건이 세계로 알려지는 데 따른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현기영은 이달 9∼15일(현지시간)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리는 4·3 관련 기록물 전시에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순이 삼촌'도 소개된다.
현기영은 "4·3은 오랜 세월 제주도라는 작은 섬에 국한된 사건처럼 여겨져 국내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제주의 뜻있는 사람들이 사건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내에선 예전보다는 많은 사람이 4·3에 대해 알게 됐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야 한다"며 "4·3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단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세계인이 알아야 할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현기영은 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기록물은 비록 제주도가 한때 서로 적대하고 폭력 사태가 벌어졌으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제 화해하고 상생하게 된 과정도 담고 있다"며 "이 기록물을 알리는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4·3이 알려진다면 돌아가신 분들의 원혼이 그나마 안식을 취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4·3에 휘말려 가족들을 잃은 현기영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순이 삼촌'을 펴냈다가 국군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고문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현기영은 "조금이나마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낸 것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큰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후배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순이 삼촌'과 함께 이번 전시에 소개될 예정이다.
현기영은 2023년 세 권짜리 대하소설 '제주도우다'(창비)를 발표했고 최근에도 '사월에 부는 바람'(한길사)을 펴내는 등 4·3과 관련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현기영이 어린 나이에 겪은 4·3의 참상과 그에 따른 감상을 담은 에세이다. 4·3 외에도 현기영의 삶과 문학 세계를 회고하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기영은 이번 에세이에 대해 "젊은 세대가 디지털 매체에 더 주목하면서 문학이 외면당하는 데 따른 소회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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