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USMCA 숨통 확보' 멕시코·캐나다…對美 대응 차별화

연합뉴스 2025-04-03 12:00:15

펜타닐·이민자 문제로 부과된 25% 관세 낮추기 위한 협상 주력 전망

멕시코, '예외품목 확대' 협상 주력…車산업 부문 강화안 등 발표 예고

총선 앞둔 캐나다 "힘 가지고 행동해야"…'보복관세' 맞불로 기우나

멕시코·캐나다·미국 국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의 핵심 교역 상대국이자 대미무역수지 흑자국인 두 이웃나라,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방패 삼아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파를 완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는 USMCA 규정 준수 품목에 대한 무관세 조처를 십분 활용하면서 관세 우대 규모 확대와 상호관세 비율 감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 펜타닐·불법 이주 책임'을 빌미로 미국이 부과한 25% 관세의 파장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도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내 목소리가 커지거나, 미국의 부당한 압박이 강화될 경우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2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행정명령 서명본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미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게시한[https://www.whitehouse.gov/fact-sheets/2025/04/fact-sheet-president-donald-j-trump-declares-national-emergency-to-increase-our-competitive-edge-protect-our-sovereignty-and-strengthen-our-national-and-economic-security/] 설명 자료('팩트 시트')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행정명령 영향을 받지 않으며, USMCA 기준에 맞는 제품은 무관세 적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펜타닐 유입·이민자 흐름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한 '귀책'과 연관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명령(25% 관세 부과)은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이 명령 서명식은 지난 2월 진행됐지만, 시행 시점은 이날까지 유예된 상태였다.

백악관은 "IEEPA 명령 효력이 종료되면, USMCA 비준수 상품에는 12%의 상호 관세가 부과된다"면서 "USMCA 준수 상품은 계속해서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는 'IEEPA 25% 관세 지우기'에 우선 협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산과 캐나다산 중 USMCA 기준을 지킨 제품에 대해선 현상 변경 없이 지금처럼 '0%' 관세로 미국 시장에 수출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장 낮은 비율의 상호 관세(10%) 대상국인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다른 중남미보다 나쁜 대우를 받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경우 일부 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북부 국경 보안 강화, 마약사범 범죄인 인도, 추방자 수용, 미 정보당국의 감시 활동 허용 등 다양한 형태로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눈엣가시로 여기는 마약사범을 추가로 범죄인 인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2월에도 미국 당국에서 원하는 범죄자 29명을 전격 이송했는데, 이는 멕시코 정부의 적극적인 '관세 회피' 노력의 하나로 지목됐다.

캐나다 역시 마약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연말엔 펜타닐·메스암페타민 9천500만회 투약 분량의 마약류를 압수하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 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무관세 시장'을 어느 정도 지킨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공격적인 맞대응 대신 협상을 통한 설득에 주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업체들의 USMCA 기준 준수도 독려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미 교역 자료와 미국 행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무역 통계상 멕시코산 수입품 중 USMCA 적용 대상은 49% 수준이다.

나머지 51% 중 41%는 최혜국 대우에 따라 낮은 관세를 적용받은 것으로 분류된다.

캐나다산의 경우엔 38%가 USMCA 적용 대상이며, 62%가 비대상이라고 백악관은 소개하고 있따.

멕시코 경제부는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업체들에 "생산 시스템을 USMCA 규정에 맞춰 조정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현지 매체는 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 철강업체 근로자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아침 기자회견에서 "6개월 동안 다듬은 포괄적인 계획을 내일(3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에는 미국 업체를 비롯해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산 법인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는 'USMCA 예외' 부품 등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멕시코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되는 부문이기도 하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호 관세 부과 대응 회의 전 취재진 앞에 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반미(反美) 정서 부상을 경험하고 있는 캐나다는 멕시코와는 다소 결이 다른 '항전'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시절 트럼프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취지의 굴욕적 언급까지 들었던 캐나다는 지난 달 중순 철강·알루미늄 제품 대상 25% 관세 부과 시행에 대응해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유예 조처에 맞춰 한때 유보됐지만, 캐나다 정부 강경 대응 의지를 담은 시그널로 국제 사회에서는 받아들인다.

오는 28일 조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캐나다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표심'과 맞물려 '보복 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면 우려 사항(관세)에 대처하기 위해 장관급 대화 필요성을 피력하면서도, "노동자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보복 관세를 시행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다고 캐나다 총리실은 전했다.

미국 뉴욕주에서 캐나다 국기 흔드는 '캐나다 연대 시위' 주민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2월 기사에서 "캐나다 정부가 플로리다산 오렌지주스와 켄터키산 버번위스키 등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상품들을 (관세 부과) 리스트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캐나다 매체들은 관세 대상 상품 액 규모가 370억 달러(54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상황이다.

카니 총리는 이날도 내각 회의에 앞서 현지 취재진에 "목적과 힘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는 미국 조처에 상응하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캐나다 CBC뉴스는 보도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