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필요…민관 및 한일 협력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3일 발표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두고 국내 통상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모든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최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상호관세로 인한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한경협이 통상 전문가를 초청해 트럼프 2기 상호관세 내용을 분석하고, 향후 한국 정부 및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트럼프 2.0 상호관세와 우리 기업의 대응'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상호관세는 미국 내 유권자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중서부에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먹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보면 불합리하지만, 미국 이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5시께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주요 국가에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를 각각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13년째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국이고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내 산업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음에도 다소 높은 25%가 책정됐다"며 "이는 협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기에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인 흐름에 집중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민관 협력, 한일 간 전략적 협력 등에 나서야 한다는 대응책도 제시했다.
여 연구위원은 "매일 매일 트럼프의 노이즈에 좌우되지 말고 그 밑에 깔린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관 협력이 중요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과의 협력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이른 시일 내에 국내 정치 환경이 안정돼 정상 간 커뮤니케이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워싱턴 시각, 전망 및 대미 아웃리치'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오늘 트럼프 발표는 '국제 통상 질서 대전환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 수단, 처벌 수단, 거시경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워싱턴 전문가들 대부분이 트럼프 이야기를 받아들이되 글자 그대로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며 "(트럼프의) 목적이 있는데 거기에 맞게 협상하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 연구원장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설득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연구원장은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숫자로 잘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이를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만들어 미국 업체, 업계에 잘 전달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 의회, 주정부 대상의 아웃리치 활동과 싱크탱크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우리 기업과 정부의 현실적 대응방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이 쏟아졌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현실적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공통 분모를 가진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한중일 FTA'를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트럼프 숙제를 우리만 풀 게 아니라 반대로 미국 정부에 풀 문제를 던져야 한다"며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져야 중국이 디커플링 돼 미국 경제 안보가 지켜진다는 스토리를 던져, 이 투자가 효과적 투자가 되기 당신(트럼프)의 해법은 무엇이냐와 같은 시험문제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약 4년 남은 '트럼프의 시간' 이후로도 미국의 내셔널리즘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크게 보면 트럼프 2기만 피한다고 해서 될 건 아니고 이미 트럼프 1기 때부터 세계는 탈세계화에 들어섰다"며 "반이민정책과 보호주의로 가는 미국의 경제적 내셔널리즘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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