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車관세까지 덮쳐 이중고…관세 영향 예의주시
현지 생산 정착으로 관세 직접 영향은 제한적…"중장기적으로는 경쟁우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시장이 더욱 위축될 우려에 정책 동향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업계의 미국 고객사용 배터리 생산은 현지 생산 체제가 자리 잡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품목별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관세 부과 영향권에 간접적으로 놓였다.
가뜩이나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미국이 수입하는 완성차에 고율 관세가 붙으면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돼 배터리 업계에도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에서 이미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지 생산 체제가 정착한 만큼 당장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대해 직접적인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이 아직 있고, 배터리 셀 소재나 장비 등을 일부 수입해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받는다.
국내 최대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관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할 예정"이라며 "다만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먼저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이며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북미 시장을 공략해 미래 먹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사업 육성에 힘쓰는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에서 ESS는 저가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중국에 한국의 25%보다 높은 34%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만큼 앞으로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지속되면 미국과 유럽에 모두 생산 거점을 갖추고 현지화에 힘써온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역내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현지에 약 700기가와트(GWh) 이상의 공장 건설을 확정한 상태"라며 "관세 장벽이 장기화하면 현지 생산 및 소비 구조로 사업 모델이 전환되기에 현지화한 업체가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세로 인한 전기차 판가 인상은 K-배터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상대적으로는 경쟁사들 대비 부정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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