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설명에도 '한국이 4배 관세' 잘못된 팩트 고집…정상외교 부재 아쉬움
무역적자 규모 따라 상호관세 비례적 부과 측면 강해…외교 영향력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 25%라는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탄핵정국에 따른 리더십 부재가 통상외교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국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관세로 부과했다.
이는 중국(34%)과 베트남(46%), 대만(32%), 인도(26%)보다는 낮지만, 유럽연합(20%)이나 일본(24%) 보다는 높다.
미국이 FTA를 체결한 20개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이후 백방으로 뛰며 관세율을 낮추려 노력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여전히 한국이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관세 정책 관련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2∼4배 높은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MFN은 3.5%인데 한국은 13%라고 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MFN 관세율은 13.4%이지만,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미국에 MFN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잘못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한 의회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관세가 4배 높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 계기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설명하는 등 여러 계기에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통하지 않은 셈이 됐다.
정상 간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정상외교가 작동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아무리 장관급에서 설득하려고 해도 그 내용이 트럼프까지 전달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의 정치 공백 사태가 높은 관세율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 변화에 맞서 정상외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가 당길 만한 '딜'을 제안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던 반면, 한국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 대응에 한계가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정상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때로는 각을 세우고, 때로는 타협안을 내밀기도 했던 캐나다와 멕시코가 무역협정(USMCA)을 통한 무(無)관세 유지를 확보한 것을 보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상호관세는 무역적자 규모가 큰 나라를 상대로 비례적으로 부과된 측면이 강해 정상외교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으리라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다급하게 달려가 대미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관세 폭풍을 피하려 했던 일본도 한국과 엇비슷한 상호관세가 부과된 것만 봐도 그렇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과 대만 사례를 보면 우리는 오히려 선방한 것"이라면서도, 후속협상 과정에서는 정상외교 부재 상황이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