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풍] FTA 체결국 韓 25% 상호관세…한미FTA 재개정되나

연합뉴스 2025-04-03 11:00:08

상호관세로 한국대 미국 관세율 0%:25%

FTA 재개정 및 챕터·사이드레터 보완 등 가능성 거론

"FTA 의미 없는 것 아냐…FTA 틀 내 협상도 가능"

한미 FTA (PG)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상호관세 발표를 통해 한국에도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FTA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한미 FTA가 효력을 잃고 '반쪽 협정'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협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분쟁화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과 맺고 있는 외교·안보 관계를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先) 관세 부과 후(後) 협상' 방침을 밝힌 만큼, 추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경쟁국보다 유리한 관세 등 조건을 얻어내도록 기존의 FTA 관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 美, 0%대 관세 매기는 한국에도 25% 상호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주요 무역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10∼49%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는 경쟁국인 베트남(46%), 중국(34%), 대만(32%), 인도(26%) 등보다는 낮지만, 일본·말레이시아(24%), 유럽연합(EU·20%), 영국(10%)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한국 내에서는 '한미 FTA'로 상호관세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으나 이날 FTA를 맺지 않은 일본보다도 높은 상호관세 청구서를 받아 들면서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해졌다.

한미는 지난 2007년 체결한 한미 FTA에 따라 현재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대미 수입품에 대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FTA를 토대로 활발한 교역을 일구며 국민 편익을 증대시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적자에 줄곧 고정돼왔다.

◇ 트럼프 1기 '한미 FTA 개정'에도 미국 무역적자 커져

지난 2017년 처음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공식 발효된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의 사례로 지목했다.

이어 미국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재협상을 요구, 결국 2018년 한미 FTA 개정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 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커졌다.

미국 상호관세 발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2018년 138억달러에서 한미 FTA 개정(2019년 1월 1일) 직후인 2019년 114억달러로 전년 대비 17.4% 줄어들었으나 이듬해인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 2024년 557억달러로 5년 연속 증가했다.

이 같은 통계는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으며 FTA가 미국에 불리하게 짜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강화하는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통상 당국은 대미 수출 증가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기계·설비 반입이 늘어나는 등 '투자 유발형'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 韓 맞대응보다 '신중 모드'…"FTA 틀 내 협상도 가능"

이날 상호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품에만 25%의 관세가 붙게 되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FTA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는 한미 FTA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예고하는 등 맞서고 있지만,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같은 길을 가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력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보복관세 등 맞대응하는 경우 더 큰 보복을 당할 우려도 상존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군사·안보 등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더 많아 대미 외교·통상 정책에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호관세로 한미 FTA가 사실상 무력화 되면서 한미 FTA가 재개정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관세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각국과 잠재적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상호관세 앞두고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지적

아울러 기존 FTA 내 새로운 챕터(조항)를 삽입하거나 사이드레터(부속서한)를 작성하는 형식의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아직 한미 FTA 재개정 등은 논의된 바 없고, 정부로서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건 '0%:25%'의 관세 지형이 새로 조성된 만큼, 정부가 이를 보정하고 수출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가 더해지는 방식이라고 보면 FTA 체결국인 한국의 관세율이 일본보다 낮아 FTA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FTA 틀 안에서 미국의 우려 품목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고 산업 협력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FTA 무용론이 나올 수 있지만, FTA를 통해 국내 제도개선 및 글로벌화 등 긍정적 효과도 많았다"며 "미국과의 치열한 협상의 시간이 펼쳐질 텐데 FTA를 통해 쌓은 신뢰와 이해를 상호관세를 낮추는 근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