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쇠털은 많고 새털은 가볍고, 그렇다면 범털은

연합뉴스 2025-04-03 06:00:03

쇠털 같은 날 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뜻합니다. [쇠털같이 하고많은 날]이라고도 씁니다. 소의 털, 즉 쇠털이 셀 수 없이 많은 데서 비롯한 비유입니다. 쇠털 하면 많다고 새기면 틀리지 않습니다. 쇠털을 새털로 잘못 알고 새털같이 많다고 하면 안 됩니다. 새털은 쇠털에 견주면 많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수효가 적을 뿐만 아니라 가볍기도 하지요. 새털은 새털같이 가볍다, 하고 써야 제격입니다.

습관적으로 늘 그렇게 쓴다고 하여 관용적이라고 합니다. 형용사 [생때같다]를 활용하여 생때같은 자식이라고 하는 것도 관용적 표현의 대표 사례입니다. [생때같다]는 '생때같은' 꼴로 쓰여 ① 아무 탈 없이 멀쩡하다 ② 공을 많이 들여 매우 소중하다 하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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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털로 된 낱말, 개털도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글자 그대로 ① 개의 털, 그리고 ② 사람 몸의 가는 털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③ 쓸데없는 일이나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④ 죄수들의 은어로 돈이나 뒷줄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도 흔히 쓰입니다. [별짓을 다 해 봤지만 모두가 개털이었다], [우리 같은 개털은 몸으로 때우면서 징역 사는 수밖에 없지.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이 사전이 전하는 예문입니다.

그렇다면 ④번 뜻의 개털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범털입니다. 사전은 '죄수들의 은어로 돈 많고 지적 수준(또는 지식 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말'이라고 이 단어를 풀이합니다. 돈이 많으면 대개 뒷줄도 있다고 보는 것일까요? 개털 말 풀이에는 있는 뒷줄이 범털에는 없습니다. 또, 개털에는 보이지 않는 지적 수준 이야기가 범털에는 왜 보이는 것일까요. 범털들, 지적 수준이 높다고요? 그거 참말인가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파일 中 쇠털/새털 구별 -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2002_1/2002_0114.pdf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