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처우놓고 대전교육청·노조 갈등…둔산여고, 석식 중단

연합뉴스 2025-04-03 00:00:20

학생들 급식 제공 끊길까 봐 불안감 커져…학부모 불안·불만 가중

둔산여고 가정통신문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대전 지역에서 처우 개선 문제로 급식 조리원들과 시 교육청·각급 학교 간 갈등이 커지면서 학생 급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대전시교육청·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 둔산여고가 이날부터 저녁 식사 제공을 중단한다.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되던 저녁이 학교 사정에 따라 기존에 제공해왔던 양질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져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급식 조리원의 경우 현재 시 교육청과 계약을 맺고 이 지역 학교들의 점심 준비와 배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등 저녁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에선 저녁 식사 준비와 배식을 시간 외 근로로 규정하고 통상 임금의 1.5 배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급식 조리원들과 가깝게는 학교 측, 나아가 시 교육청 측 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둔산여고의 경우 지난달 31일 오전 '국그릇' 사용 문제로 급식 조리원들이 파업하며 학생들이 점심을 먹지 못해 오전 수업만 마치고 귀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둔산여고 측은 학생 안전과 편의를 위해 국물 음식을 별도의 그릇에 담아주길 원했지만, 급식 조리원들은 식판 외에 용기를 더 쓰면 세척 업무가 가중된다고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급식 조리원들은 이날부터 업무에 복귀해 정상 급식을 재개했지만, 둔산여고 측은 장기적으로는 저녁 배식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빵과 과일로 준비

대전 교육계에선 둔산여고의 이 같은 상황은 급식 조리원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노조와 시 교육청 간 협상이 결렬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 등은 작년 6월 20일부터 30개 직종별 교섭을 요구하며 시 교육청과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3차에 걸친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 회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조 측은 지난 2월 17일부로 시 교육청에 쟁의 행위를 통보했다.

이로인해 지난달 24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급식 조리원들이 급식 배식 후 당일 파업을 선언하며 배식판 정리·세척 등의 업무를 하지 않은 채 귀가하는 등 충돌이 이어져 왔다.

노조 측은 급식 조리원 건강·근로 안전을 위해 주 2회 튀김류(전·구이·튀김) 초과, 냉면기 사용, 뼈(족발·사골) 삶는 행위, 소분·손질되지 않은 식재료 취급, 배식 전 식판 검수, 집기 열탕소독 거부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학교(둔산여고) 측의 저녁 제공 중단은 쟁의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시 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합법적인 쟁의 활동을 보장하도록 학교에도 수시로 안내 중"이라면서 "저녁 (배식) 중단은 끼니마다 식비를 내는 학부모 등 학교 운영위원이 결정한 사안이라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저녁 배식 중단 여파로 둔산여고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 취소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을 볼모로 삼으면 안된다", "이 학교 오늘 점심 메뉴가 비빔밥인데도 식판에 그냥 줬더라. 애들이 거기다 비비기도 힘들겠다", "이참에 학교 급식 모두 업체 위탁으로 변경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coo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