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이 오랫동안 끌어온 차고스 제도 반환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변심을 우려해 자랑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차고스 제도에 대해 모리셔스와 합의를 마무리하고 조약에 서명하기 위해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합의안에 따르면 모리셔스가 차고스 제도 주권을 가진다. 미국과 영국은 차고스 내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합동 군사기지 운영권을 일단 99년간 유지하되 영국이 비용을 내기로 했다. 이 기지는 미군의 전략 요충지다.
지난 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스타머 총리와 만났을 때 차고스 제도 문제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줬다. 또한 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승인'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승인 여부에 대한 추가 질문에 "내가 알기로는 미국과 논의 이후 이제 합의를 마무리 짓는 것은 우리와 모리셔스 정부"라고 답했다.
현재로선 미국의 승인이 났다는 뜻이지만, 다소 애매한 답변을 되풀이한 것이다. 영국에서 차고스 제도 문제가 그동안 야권의 주요 공격포인트였다는 점에서 스타머 정부가 성과를 자랑하지 않는 것은 뜻밖의 분위기로 여겨진다.
모리셔스와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영국에 차고스 제도의 반환을 요구해 왔고 지난해 10월 영국과 모리셔스는 차고스 제도의 주권 이양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환영했으나 트럼프 측에서는 모리셔스에 대한 중국 영향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는 사이 보수당 등은 차고스 제도의 반환이 영국 국익에 맞지 않고, 영국의 비용 부담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180억파운드(34조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외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스카이뉴스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영국이 무역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에 이런 성과를 과시하는 건 성급해 보일 수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결정을 뒤집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바로 팡파르를 터뜨리지 않는 것이 영국 정부가 워싱턴(미 정부)을 대하는 미묘한 상황을 보여준다"며 "수면 위로는 차분하게 접근하는 듯하지만, 물밑에선 정상적인 외교 규칙이 멈추고 예고 없이 상황이 급변하는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워싱턴의 대담함이나 허세에 영국은 정반대 전략으로 대응한다"며 "이길 수 있는 곳에선 이기되 승리를 지키려거든 축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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