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인간 존엄성·인권보호 기여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 출신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7)가 선정됐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벨라루스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 작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 붕괴 등 역사적 사건에서 취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개인, 특히 여성·아동의 고통과 생존 서사에 귀 기울여왔다.
그는 구술을 바탕으로 한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특히 냉전 및 소련 해체 이후 전쟁과 민간인 학살의 기억을 포착하고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남성 중심의 전쟁 서사에서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의 고통과 생존의 증언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묘사한 '마지막 증인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폭력적인 실상을 고발한 '아연 소년들' 등에서는 국가적 이념과 당위성에 기만당한 이들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또 사회주의 몰락 이후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에 매료되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이 작품이 있다.
소련 붕괴 후 정치·사회적 격변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세컨드핸드 타임'은 체제 변화 과정에서 부서지고 균열을 일으키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 다뤘다.
그는 구술 채록을 통한 글쓰기가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삶을 다루는 후세대의 구술사와 문학 작업에 큰 영향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에서 당국이 '정권 찬탈을 도모하는 불법 단체'로 규정한 야권의 '조정위원회' 임원을 맡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독재 정권에 저항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9일 오후 17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 달러(한화 약 7천3백만원)가 수여된다.
4·3평화상은 4·3을 화해와 상생의 신념으로 해결한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2015년 첫 시상이 이뤄졌다.
4·3 해결에 기여했거나 인류 평화, 인권 신장, 민주 발전, 사회 통합에 공헌한 국제적인 인사를 선정해 격년으로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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