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미드 '전격 Z작전'(원제: Knight Rider)을 기억하시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드라마를 기다리며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비드 핫셀 호프 분)와 한 몸을 이뤄 범죄와 싸우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키트'(목소리 윌리엄 대니얼스 분)의 활약은 눈부셨다. 키트는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드라마 속에서는 실제로 무인으로 핸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범죄자를 소탕했다.
이 드라마가 나온 지 40여년이 흘렀다. 키트를 곧 현실에서 볼 수 있을까?
영국 소설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1879∼1970)는 1909년 '기계가 멈추다'(The Machine Stops)라는 공상과학소설에서 모든 생활을 기계가 제어하는 미래 사회를 묘사한 SF 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에는 인간이 움직이거나 조작하지 않아도 기계가 자동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사회가 등장한다. 아마도 자율주행과 유사한 기계에 의한 이동 수단이 개념적으로 드러난 상상의 초기 작품이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길은 움직여야 한다'(The Roads Must Roll)에서도 교통수단으로 움직이는 벨트식 고속도로인 자동화된 도로 시스템이 등장했다.
◇ 내연기관의 탄생
현대에는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존재한다.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의 발명이다.
내연기관은 연료를 실린더 내부에서 폭발시켜 피스톤을 움직이게 해 힘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러한 기술의 시작은 에티엔 르누아라는 벨기에 과학자가 만들었다. 르누아는 185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는 내연기관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석탄가스와 공기를 혼합해 실린더 내부에서 점화시키고, 그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기계 동력을 얻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기계가 외부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증기기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르누아의 내연기관은 1860년 상용화돼 1863년 이 엔진을 장착한 3륜 자동차로 약 18㎞를 주행했다.
1925년 미국 뉴욕 거리에는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아메리칸 원더'(American Wonder)라는 이름의 차량은 혼자서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고, 경적도 울렸다. 이 자동차는 미 육군의 전기 기술자였던 프랜시스 후디나가 개발했다.
사실 이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인 것이 아니고, 뒤따라오는 차에서 무선으로 조정한 것이다. 자동차에 송신 안테나와 소형 전기 모터를 장착해 라디오 신호를 통해 다른 차량에 탑승한 사람이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무선 조종 자동차(RC Car)와 가까운 형태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헨리 포드는 'T형 포드'를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그런 다음 보급을 확대해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1950년대 미국은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며 도시에는 교통혼잡과 자동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 무렵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졌다.
◇ 자율주행 개념의 탄생
이 시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바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도로에 신호를 깔고, 그 신호를 자동차가 따라가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술의 핵심은 RF 무선 제어(Radio Frequency Control) 장치였다. 도로에 일정한 간격으로 전선을 설치하거나 무선 송신기를 매설했다. 자동차에는 그 신호를 감지하는 수신 장치를 달았다.
자동차는 이 신호를 따라 주행하며 도로에서 보내는 정보를 기반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정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56년 GM은 '파이어버드 Ⅱ'(Firebird Ⅱ)라는 실험용 자동차를 선보였다.
이 자동차는 고속도로에서 무선 신호를 인식해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동차에는 운전대도 있지만 운전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도로가 보내는 신호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GM은 1958년 퓨처라마(Futurama) 전시에서 무선 유도 기반 자율주행 컨셉트를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무인 자동차를 보며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해에 미국 뉴욕주 프리포트 시의 한 도로에서 미국의 RCA(라디오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사와 뉴욕주 교통부가 도로에 전선을 약 121m 구간에 묻는 실험을 감행했다.
전선에는 전기를 흘려보내면서 전자기장을 만들었다. 자동차는 전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수신장치를 달고, 도로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해 차의 방향을 자동으로 조정했다.
운전자가 아니라 도로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모든 도로에 설치하기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점이 단점이다. 거기에 도로를 파서 전선을 묻거나, 무선 장치를 일일이 설치하고 유지보수해야 하는 문제까지 겹쳐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지금과 비슷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1977년이다. 일본 정부 산하의 쓰쿠바 기계공학연구소에서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이 자동차는 도로 위에 그려진 흰색 차선을 따라 달릴 수 있었다. 차 안에는 작은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돼있었다.
이 카메라는 도로의 차선을 촬영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자동차가 차선을 따라가면 자동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주행했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이용해 도로를 인식하고 방향을 조정했다.
이 실험용 자동차는 약 시속 30㎞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비록 빠르게 달리거나 복잡한 교차로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차선만 보고 스스로 핸들을 조작해서 주행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새로운 도약이었다. (계속)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전략기술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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