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세르비아·보스니아·조지아 등 '트럼프 본받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사용하는 표현들을 다른 나라 독재자들과 권위주의 정권들이 비정부기구(NGO)와 독립언론을 공격하는 무기로 쓰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이 경고했다.
2일(현지시간) AFP는 동유럽 등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상당수 나라에서 이런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휴먼라이츠하우스 재단(HRHF) 인권옹호국장 겸 제네바 사무소장인 데이브 엘스로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들이 "동유럽과 남동유럽 곳곳의 독재자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무기화돼 독립언론, NGO, 인권옹호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헝가리로부터 세르비아를 거쳐 조지아와 보스니아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규범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NGO들과 독립언론매체들을 공격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백악관이 사용한 표현을 차용하는 사례가 잦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공격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이 쓴 "과격파 미치광이들에 의해 운영된다"라는 말,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쓴 "범죄적 조직"이니 "목재 절단기에 넣어버려야 한다"느니 하는 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용어들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바냐루카 등에서 쓰이는 언어들을 심각하게 부추기고 있다"고 국제투명성기구(TI) 헝가리 지부 법무실장인 미클로시 리게티는 전했다.
특히 이런 NGO들은 미국 USAID의 지원 자금이 중단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USAID 지원 중단을 "정화하는 바람"이라며 환영하면서, 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NGO는 불법단체로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지지자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내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장 사이가 가까운 지도자이기도 하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국내와 국제 인권 시스템을 약화하고 망가뜨리려는 시도들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며 "이런 흐름들이 확립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의 언행이 다른 나라에서 시민사회에 타격을 주려는 시도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조지아에서는 집권 '조지아의 꿈' 당이 미국의 외국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을 모방한 입법을 지난달부터 추진중이다.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외국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NGO가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세르비아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USAID에 "범죄적 집단"이라는 딱지를 붙인 점을 "시민사회를 처벌하기 위한 환상적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조사·투명성·책임성 센터(CRTA)에서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하는 라사 네델리코프는 말했다.
CRTA 사무실은 2월에 중무장 경찰에 의해 28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세르비아 검찰청 검사들은 CRTA 직원들에게 USAID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들과 관련된 문서들을 손으로 베껴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런 행위는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AFP에 설명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 시민사회 단체들에 가장 나쁜 시기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유럽연합(EU)-발칸 담당 책임자인 파볼 스잘라이는 "일부 나라들에서는 공익 저널리즘이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며 "이런 매체들이 퇴조하면서 '선전'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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