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폭력 시달리다 연인 살해한 40대에 항소심도 징역 20년 구형

연합뉴스 2025-04-02 16:00:10

변호인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정당방위 주장

주택 화재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검찰이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법정에 선 40대 여성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3)씨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에서 구형한 대로 선고해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여기에 5년간 피해자로부터 끔찍한 폭행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으므로 피고인의 정당방위 내지는 과잉방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그 부모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군산시 한 주택에 불을 질러 술에 취해 잠든 남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이 지른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진 이후에도 현관을 나와 그 모습을 지켜봤다.

A씨는 이를 의아하게 여긴 수사관의 물음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라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숨진 B씨는 2023년 교제 폭력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으나 출소 이후에도 A씨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너 때문에 감옥 갔다"며 A씨의 목을 조르거나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을 거듭했다.

심지어 A씨의 목에 흉기를 갖다 대거나 몸을 담뱃불로 지져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전국 34개 여성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사건은 교제 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검사의 구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회원 등 4천여명은 이후 A씨를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9일 열린다.

ja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