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멀어 현금 보관하다 잇단 피해…"아들이 면사무소에 접수하라던데"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경북 산불로 집이 타면서 보관해둔 현금을 잃은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금이 다 타버린 경우는 증명도 쉽지 않아 산불 피해자들이 애를 태운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 2리에 사는 황귀서(87)씨는 "집에 있던 현금 300만원이 재로 변했다"며 2일 오후 연합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평소 한 달 치 생활비를 집에 놓고 사용해왔다고 했다.
황씨는 "다 타버린 집 안에서 재가 된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며 "아들이 챙겨가서 면사무소에 피해 접수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현금도 보상해주냐"며 근심에 찬 얼굴로 여러 차례 물어봤다.
일찌감치 현금 피해 보상에 대한 기대를 접은 주민도 있었다.
길안면 배방리 주민 송모(55)씨는 "증명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며 하소연했다.
송씨 역시 은행이 집에서 멀기 때문에 매달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보관해두고 생활용품이나 농사 장비를 구입할 때 사용했다.
그는 "당장 수중에 돈은 없고 은행 가기에는 농사하고 피해 복구하느라 시간이 없다"며 "어제 삽이랑 흙 등 농사에 필요한 40만원어치 물품을 외상으로 달아놓고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중 한명은 산불 피해를 본 후 생전 처음으로 체크카드를 발급했다"고 덧붙였다.
안동시 관계자는 "현금은 지원 대상이 아니고 증명도 어렵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며 "피해 보상은 주택, 창고, 농기계 등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로 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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