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올해 안에 대선?…무성한 추측에 찬반 논쟁도

연합뉴스 2025-04-02 12:00:13

이코노미스트 "젤렌스키, 지난주에 선거 관련 회의"…정부 "가짜정보" 부인

'백악관 설전' 뒤 지지율 반등 젤렌스키엔 재선 도전 '적기' 시각도

"국민이 원하지 않아"…'다수 해외로 피란, 전장에 배치' 현실적 어려움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에선 대통령 선거 실시 가능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본래 임기를 넘겨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 우크라이나를 임시정부 체제로 전환하고 선거를 치르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대선 실시 여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2019년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래 임기(5년)를 1년 가까이 넘겨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선거가 무기한 연기되면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돼왔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소문에 불과하다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올해 안에 대선을 치를 만한 요인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30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주 회의를 열어 선거와 관련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해당 지시는 완전한 휴전 성사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소식통 대부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올해 여름을 선거 시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은 BBC에 "그런 회의도, 지시도 없었다"며 "보도 내용에 가짜 정보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대선이 실시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전쟁이 계속될 때 우리는 선거가 아닌 나라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루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관련 보도에 선을 그었다.

설전 벌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좌)과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대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안팎의 정치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설전' 뒤 지지율이 크게 반등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지금이 재선 도전의 적기일 수 있다.

아울러 오는 5월 초 법으로 정한 계엄 시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이 때와 맞물려 계엄을 해제하고 여름에 대선을 치르는 계획을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계엄법은 국회 표결을 통해 계엄 시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계엄 해제시엔 90일 후 대선을 치르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선거 실시를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 특사는 지난 달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에 의구심을 보인 바도 있다.

반면 선거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르게 되면 젤렌스키를 '불법 대통령'이라고 비난해온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러시아는 임기를 초과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정당성 문제를 계속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크라이나를 임시정부로 전환하고 선거를 치르게 하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선거를 위해 계엄을 해제하는 데 대한 불안감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투표소나 유권자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키이우 국제사회학 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78%가 선거 실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많은 국민이 해외로 피란했거나 전선에 배치됐다는 점, 일부는 러시아가 장악한 영토에 살고 있단 점 등도 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일각에선 신분증이 탑재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앱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고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