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지원을"…영덕 산불피해 기업들 '침울'

연합뉴스 2025-04-02 12:00:03

바람에 50m 날아간 철판, 뼈대만 남은 공장…영덕제2농공단지 기업 3곳 피해

"설비와 자재 넣어놓은 창고도 모두 타 버려"…곳곳 화마 흔적

산불로 탄 영덕제2농공단지 내 신성이앤에스 공장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산불을 겪은 뒤로 최근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낮에는 몽롱하고요. 정신과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영덕제2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 동신에서 만난 남상모(54) 대표.

그는 산불이 난 날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 대표는 지난달 25일 퇴근한 뒤 영덕에 산불이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찼고 불에 탄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었다.

직원 1명과 함께 회사까지 왔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회사에 키우던 개만 차에 태우고 빠져나갔다.

빠져나갈 때도 차 밖이 안 보여 내비게이션에 의존했고 불더미 속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는 그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결국 산불로 전기 공사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를 넣어놓은 창고가 모두 타 뼈대만 남았다.

남 대표는 "하도 긴장하면서 운전해서 목소리가 갔다"며 "그나마 사람인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2일 둘러본 영덕제2농공단지와 주변은 여기저기 검게 변해 있었다.

산불로 탄 영덕제2농공단지 내 공장 건물

지난달 22일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25일과 26일 영덕까지 확산하면서 이곳까지 덮쳤다.

특히 매정리는 이번 산불에 따른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한 지역이다.

요양시설에서 대피하던 80대 주민 3명이 차량 폭발로 숨졌고 매정1리에 살던 부부도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영해면에 사는 산불감시원도 귀가 도중 매정리에서 숨졌다.

이곳에서 숨진 주민만 모두 6명이다.

거센 불길이 급속도로 퍼지는 바람에 주민이 대피하기 어려웠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영덕제2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입주 기업들은 공장동이나 창고동이 타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영덕제2농공단지에서는 동신을 비롯해 3개 업체가 산불로 건물이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도와 영덕군은 그나마 아직 미분양 상태에서 입주한 업체가 7개사에 불과해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본다.

영덕제2농공단지에 입주한 신성이앤에스는 공장동이 모두 탔다.

공장동 철판은 강한 바람을 타고 50여m 날아가 도로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내에 자재를 쌓아뒀는데 다 탔다"며 "그나마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농공단지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타버린 건물을 철거한 뒤 재가동할 수 있게 지원해주기를 바랐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있지만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산불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조금이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불로 탄 영덕제2농공단지 내 동신 자재창고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