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못구해요"…가자지구, '밀가루·연료 바닥' 빵집 모두 문닫아

연합뉴스 2025-04-02 11:00:37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탓' 주장에 유엔 대변인 "말도 안 되는 소리"

문 닫은 빵가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가자지구 내 빵가게들이 밀가루와 연료가 바닥나 모두 문을 닫았다고 현지 당국과 유엔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지 빵가게 업주 협회장인 압델 나세르 알-아즈라미는 빵집 폐쇄로 가자지구에 식량난이 더욱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팔레스타인의 사파 통신사에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밀가루와 연료가 없어 가자지구 내에서 운영하던 25개 빵가게를 모두 폐쇄했다고 밝혔다.

WFP의 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공보담당자인 아비르 에테파는 "조리 후 바로 제공하는 급식은 계속되고 있으나, (운영에 필요한) 재료가 2주를 버틸 만큼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식량 꾸러미들은 앞으로 이틀 동안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정부 공보실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점령 탓에 모든 빵가게가 완전히 문을 닫았고, 이에 따른 무고한 민간인, 특히 어린이, 환자, 노인 등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식량부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 닫은 빵가게

현지 주민인 이브라힘 알-쿠르드는 미국 CNN방송에 40명의 대가족에게 먹일 빵을 오전 8시부터 찾아다녔으나 구할 수가 없다며 "밀가루고 땔나무고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물도 없다. 절박하다"고 말했다

현지 당국과 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식량난은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식량 등 구호물자 반입을 봉쇄한 탓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1단계 휴전 기간은 올해 1월 19일부터 3월 1일까지였다.

구호물자 전달을 조율하는 이스라엘군 기구 '코갓'(COGAT·점령지 정부활동 조율기구)은 휴전 한 달여간 가자지구에 45만t에 가까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2만5천200대의 진입을 허용했다며 "하마스가 민간인들에게 주려고만 한다면 오래 버틸만한 식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자들이 이스라엘 측 주장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묻자 스테판 두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유엔의 입장을 말하자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지금 물자가 거의 바닥났다"고 반박했다.

이어 "WFP가 재미로 빵가게를 폐쇄한 건 줄 아느냐. 밀가루가 없고, 조리에 필요한 연료가 없으면 빵가게가 문을 열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