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형화하는 산불…출연연, 국가재난에 공동 대응

연합뉴스 2025-04-02 11:00:08

산사태 위험 예측지도·소화가스 머금은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탄

산림 초토화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기후변화로 점차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이 나섰다. 영남권 산불 사태를 계기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경북 지역 대형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난달 20∼27일 전국 평균기온과 평균습도는 13.3도와 55.3%, 평균풍속은 초속 2.4m였다.

최근 30년(1996∼2025년) 평균에 비해 평균기온은 5.3도 상승하고 평균풍속은 초속 0.1m만큼 더 강해진 반면 평균습도는 2.6% 포인트 떨어졌다.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과 낮아진 습도가 산불 규모를 키우고 지속 기간을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출연연은 산불로 인한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고, 대형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산불과 벌채에 의한 산사태 발생 확률 증가

산불 피해지역은 토양의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을 쓸고 내려가게 된다.

이 때문에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역일수록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산불 영향에 따른 산사태 위험 예측 지도 구축을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산사태 토석류 예측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에도 산불·벌채 지역에서의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시도돼 왔으나, 공간 해상도가 낮고 지질·지형·지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 영향을 반영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산불로 나무가 고사하면 뿌리 점착력(달라붙는 힘)이 약해지고, 지중 함수비(토양이 물을 머금은 비율)가 변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산사태 연구가 필요하다.

사전기상정보를 반영한 산사태 해석 기법

연구원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지표 변위를 관측, 산불 피해지역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뒤 모델링, 산사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선행연구를 통해 1·3차원 물리 기반 산사태 모델에 사전기상정보를 반영, 산사태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현재 산사태의 토석류(산지의 흙과 바위 파편 등이 빗물에 섞여 흘러내리는 현상) 전이에 의한 피해지역을 산정할 수 있는 2차원 토석류 모델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민석 지질연 산사태연구센터장은 "최근 피해 양상을 보면 산사태가 토석류화 돼 하류(인간 생활권)로 이동하면서 암석이 물, 토사와 섞여 같이 이동해 피해를 주는 모습을 보인다"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접근이 어려운 산불 등 화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방 방재용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탄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투입 실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 내에 메탄 등 가스 분자가 들어가 만들어진 얼음 형태의 물질이다. 불을 붙이면 메탄이 타면서 강한 불꽃을 만들어 '불타는 얼음'이라 불린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가스하이드레이트에 소화가스를 포획, 불에 닿으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물과 소화가스를 분출하는 원리이다.

얼음과 비슷한 결정 구조로 휴대성·기동성이 높아 산지나 초고층 건물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화재 현장에서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전기연구원도 각각 화재 재난 현장의 신속 대응을 위한 '소방시각 강화시스템 선행기술'과 비가시 재난 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적외선 영상 분석·경량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기관별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있는 재난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산불 피해 지역과 주민들의 빠른 복구와 안정적인 일상 회복을 위한 물적·인적 지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