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미 1천억달러 투자 계획 구체성 부족"

연합뉴스 2025-04-02 01:00:03

FT "투자 용처와 집행 속도 거의 안 밝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천억 달러(약 14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제 발표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투자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부담은 덜었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반도체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이며 그동안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TSMC의 투자 발표 이후 비판 발언이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지난 1월 고점 대비 26%가량 하락, 지난해 9월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TSMC가 기대만큼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TSMC에 대한 압박을 재개할 수 있고, 미국에서 대규모 확장에 나설 경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점 등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게다가 TSMC가 1천억 달러 투자를 얼마나 빨리 집행할지, 정확히 어디에 쓸지 등에 대해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는 TSMC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7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착공 시점, 양산 예정일, 생산규모 등을 모두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TSMC는 2022년 400억 달러(약 58조원), 2024년 650억 달러(약 95조원) 투자 발표 당시에도 세부적인 내용을 밝혔다.

반면 이번에는 기존에 발표된 3곳 외에 3개의 공장과 2개의 패키징 시설을 짓겠다는 정도만 공개한 상태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번에 발표된 1천억 달러 투자안은 기존 장기 계획안에 있던 내용들의 추정액에 불과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의 피터 한버리는 "TSMC는 이미 미국에 많은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는데, 속도를 높였을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라면서 첨단 패키징 시설은 기존 로드맵에 없었던 만큼 신규 제조시설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TSMC의 첨단 기술 연구개발(R&D) 시설이 여전히 대만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TSMC를 포함해 인텔·삼성전자 등 어떤 기업이든 새로운 곳으로 반도체 R&D를 옮길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FT 인터뷰에서 대만이 주요 R&D 시설을 대만에 유지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을 설계하지않는 한 미국에 (반도체) 리더십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 등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에 대한 압박을 유예했지만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한 TSMC 고객사 임원은 미국이 TSMC를 공략하기 위해 더 큰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인텔을 살리며 대규모 투자를 하게 하고 모든 것을 지은 뒤에 (TSMC에) 독점이라며 매각하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그게 최종단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TSMC 측은 FT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