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부터 줄줄이 언론 인터뷰 "정치적 판결" 규탄
SNS서 재판관 개인 공격…프랑스인 68% "형 즉시 집행 정당"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이 당의 대권 주자 마린 르펜 의원의 유죄 판결에 맞서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르펜 의원을 '정치 재판'의 희생양으로 내세워 사법부를 공격하면서 당의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모습이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1일(현지시간) 아침부터 각종 매체에 출연해 전날 파리 형사법원이 르펜 의원에게 내린 선고 결과를 맹비난했다.
법원은 르펜 의원을 비롯한 RN 관계자들이 2004∼2016년 유럽의회 예산을 유용한 혐의(공금 횡령·사기 공모)를 유죄로 판단하고 주동자인 르펜 의원에게 징역형과 함께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즉시 발효했다. 2027년 대선 이전에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지 못하면 르펜 의원은 출마하지 못한다.
바르델라 대표는 이와 관련해 쎄뉴스(CNews) 인터뷰에서 "이 결정은 법치주의의 완전한 부정"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판사들은 차기 대선 결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RN 후보를 대선 레이스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것이 무슨 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이번 주말부터 시위를 조직하고 전단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르펜 의원 대신 그가 RN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한 모든 구제 수단을 동원하기 전까지 나는 이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겠다"며 "그에게 완전히 충성하고 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필리프 탕기 RN 의원도 라디오 프랑스앵포에서 르펜 의원의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피선거권을 박탈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막는 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들은 법을 점점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르펜 의원의 대선 출마길이 막히는 건 "우리 정당 구성원과 우리를 지지하는 1천100만 프랑스인에게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전날 르펜 의원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같은 당 즬리앵 오둘 의원 역시 쉬드 라디오 나와 "대선 출마자를 정하는 건 판사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사법부의 정치화'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당이 '사법 쿠데타의 희생자'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브뤼노 골니쉬 전 RN의 유럽의회 의원은 전날 타임즈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결백했다"며 르펜 의원을 비롯해 당 관계자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
소셜네트워크상에서는 극렬 지지자를 중심으로 유죄 선고를 한 재판관들을 인신공격하거나 위협하는 글이 유포되고 있다.
이 같은 판결 불복 움직임에 프랑스 최고 법관 중 하나인 레미 에이츠 파기법원(한국의 대법원) 검찰총장은 라디오 RTL과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정치적 결정이 아닌, 세 명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사에 의해 내려진 사법적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과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런 위협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 역시 "판사에 대한 위협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RN의 분노와는 달리 프랑스 국민의 과반은 이번 법원의 판결이 르펜 의원의 혐의에 비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엘라베가 BFM TV의 의뢰로 성인 1천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57%가 정상적인 법원 판결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68%는 이번 사건처럼 공적 자금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엔 형을 바로 집행하는 게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피선거권 박탈을 즉시 적용한 게 문제없다는 것이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