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고 글쓰고, 커피로 하루 열고…일상에 깃든 의식 '리추얼'

연합뉴스 2025-04-01 18:00:16

신간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라파엘 나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라파엘 나달은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한명이다. 그는 강력한 서비스와 시원시원한 리턴으로 관중의 주목을 받았다. 경기력 외에도 나달의 독특한 행동이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경기 도중 엉덩이에 낀 바지를 빼고, 상의를 잡아당긴 후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얼굴을 닦는 등 여러 행위를 연속해서 이어갔다. 마치 승리를 거두기 위해 하나의 의식(儀式)을 치르듯이.

그는 이런 일련의 행동을 한 경기에서 146회나 반복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 교수는 이런 행동을 '리추얼'(ritual)이라 부른다. 리추얼의 예는 무수히 많다.

해뜨기 전, 미국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는 어머니와 함께 보온병에 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는 옷을 모두 벗고 그날 목표로 한 분량의 원고를 쓸 때까지 집중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사과를 먹으며 하루의 시름을 풀었고,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는 나침반을 꺼내 침대가 북쪽을 향하는지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다. 유명 작가인 이들은 왜 이런 반복적인 의식을 거행했던 걸까.

신간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부키)에 따르면 리추얼은 불확실성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수단이며 무의미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작은' 노력이다. 나아가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소유감을 안겨주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확인시켜 준다.

저자는 매일 내 방식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순간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고 말한다. 결국 대단한 결심이나 이력보다 내가 어떻게 매일을 살아내느냐가 진짜 나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추얼'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리추얼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평범한 행위에 비범한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 모두는 리추얼이 깃든 삶을 살고 있다."

홍한결 옮김.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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