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더십 공백 우려에 '포스트 한종희' 빠른 인선

연합뉴스 2025-04-01 18:00:08

'갤럭시 신화' 노태문, DX부문장 직대·품질혁신위원장 맡아

모바일·TV·가전도 '복합 위기'…경쟁력 강화·실적 개선 과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삼성전자가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 해소를 위해 빠른 후임 인선에 나섰다.

1일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었던 한 부회장 후임으로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을 DX부문장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이끌어온 노 사장은 모바일뿐 아니라 TV와 가전도 총괄하는 DX부문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노 사장은 한 부회장이 역임한 품질혁신위원장도 겸임한다. '포스트 한종희'로 거론돼 온 노 사장이 한꺼번에 '1인 3역'을 했던 한 부회장의 직책 중 2개를 물려받은 셈이다.

한 부회장이 맡았던 DA사업부장에는 김철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이 선임돼 가전 사업을 이끌게 됐다.

이로써 한 부회장 별세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3개 직책 공석은 모두 채워졌다.

노 사장이 DX부문 전체를 총괄하게 되면서 MX사업부에는 최원준 사장이 맡을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신설해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다만 당분간은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5월 전 부회장으로 반도체 사업 수장이 교체된 이후에도 10개월간 한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적절한 시기에 이사회를 열고 노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 사장은 앞서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 우려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대표이사에 '1인 3역'을 맡아 삼성전자 리더십에서 비중이 컸던 한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별세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리더십 공백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한 부회장이 최근까지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만큼 바로 후임 임명을 논의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번 보직인사를 통해 DX부문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빠르게 보직인사를 하되 노 사장을 'DX부문장'이 아닌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것은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너무 갑자기 별세해 바로 DX부문장을 선임하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마냥 자리를 비워둘 수도 없어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직무대행 체제로라도 한 부회장 후임 인선에 서두른 배경에는 현재 회사가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이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과 TV, 가전을 포함하는 세트 사업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경쟁 심화 등이 맞물려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요 세트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TV 점유율은 2023년 30.1%에서 2024년 28.3%로 줄었고, 스마트폰도 19.7%에서 18.3%로 낮아졌다.

업황 사이클을 크게 타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부진할 때 세트 사업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는 만큼 DX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복합 위기를 타개하고 조직을 추스를 만한 인물로 '갤럭시 신화'를 쓴 노 사장을 낙점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삼성전자 측은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은 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세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노 사장이 30년 가량 스마트폰 사업에만 주력해온 만큼 TV와 생활가전 사업까지 총괄하기가 녹록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2022년 갤럭시 S22에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기능으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가 제기되며 한때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향후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세트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향후 위기 극복 및 리더십 강화를 위한 '원포인트' 인사와 이에 따른 조직 개편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수시 인사와 인재 영입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한다"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이날 펩시코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지낸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사장급 CDO로 영입했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