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업무 경험 전무…시장, 지역 정치권 비판에도 인사 강행
고양시민회 "공정한 경쟁으로 적임자 다시 선임 하라"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장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이동환 고양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동생이 감사로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킨텍스는 전날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자 중 엄덕은(56)씨를 감사로 선정했다.
임원급인 감사 자리는 1억 3천만 원의 연봉에 별도 업무추진비와 성과 평가에 따른 성과급도 주어진다.
킨텍스는 공모 절차를 거쳤다지만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아 출자 기관들이 대표와 부사장, 감사 자리를 나눠 차지하는 게 관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감사로 선정된 엄 씨는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친동생이면서 지난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이동환 고양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회계 담당을 맡기도 했다.
엄 의원은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 시장이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하면서 시의회에 첫발을 내디뎌 재선까지 성공했다. 또 이 시장이 설립한 사단법인 사람과도시 연구소 2대 대표를 엄 의원이 이어받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면에 나서 선거 운동을 돕는 등 이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감사로 선임된 엄씨는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문한 데다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엄 씨가 임추위를 거쳐 최종 선정된 데는 모호한 자격 요건이 한몫했다.
킨텍스 공모에는 '조직화합과 경영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 '솔선수범하는 실행능력을 갖춘 분' 등과 같은 포괄적 자격 요건만 명시했을 뿐 근무 경력이나 직책, 경험 등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킨텍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33.3%씩 지분을 나눠 가진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 등 출자기관별로 측근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한 고양시의원은 "형식적이지만 공모 절차는 거쳐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시의원도 "논란이 될 게 불 보듯 뻔한 낙하산 인사 빌미를 제공한 시장과 시의원이 너무 안타깝다"며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연일 의회와는 협력하지 않고, 헛발질만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킨텍스 주총 전 고양시 내부에서도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시장이 강행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킨텍스 관계자는 "공모 절차에 따라 선임이 된 만큼 신임 감사가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고양시민회는 이날 '공정한 경쟁으로 적임자를 다시 선임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회는 "올 초 이동환 시장은 시정연설에서 킨텍스 제3전시장 준공과 종합운동장 등을 활용해 글로벌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1억 3천만원 연봉의 킨텍스 감사 자리에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무하고 자기 선거에 도움 준 인사를 내리꽂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판했다.
시민회는 "킨텍스는 감사 선임과정(전체 지원자, 심사 과정)을 공개하라"면서 감사직 사퇴와 전문성 있는 인사의 재추천을 요구했다.
n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