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쓸모없는 사람이 반드시 쓸모 있다."
조선 후기 사상가이자 문인, 실학자였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상생 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연암의 문학과 사상을 30여년 간 연구해 온 박수밀 한양대 교수의 신작 '연암, 경계에서 보다'(여름의서재)는 연암의 '다르게 보기'와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을 현대적 시선으로 톺아보는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에서는 연암 문학을 현대적 의미로 되짚어본다. 저자는 연암 문학은 단순한 고전 문학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 '철학서'라고 말한다. 연암 문학 속 창조성과 생태적 감수성이 현대의 문명 비판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살펴보면서, 연암이 당시의 독자에게 던졌던 질문을 오늘날의 독자에게 다시 꺼내 보여준다.
연암의 문학이 사회적 약자와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삼은 점도 주목한다. 거지와 똥 푸는 사람, 비렁뱅이 같은 존재들에서 인간 본연의 진실성과 지혜를 발견하는 그의 문학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존재들이 사실은 가장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역설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 후반부에서는 연암이 주창한 상생 철학의 핵심인 '법고창신'(法古創新)과 '대대'(對待) 정신을 분석한다.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이고, 대대는 '서로 대립하면서 동시에 의존하는 관계'를 뜻한다.
저자는 연암의 실학사상은 단순한 실용주의가 아닌,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 문명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철학적·미학적 비전을 담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생태적 이용후생론'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또 연암 철학과 다산 정약용 철학의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보고, 당시 실학사상이 품었던 상생 철학의 현대적 의미도 살펴본다. 유학자이면서 불교, 도가, 서학까지 폭넓게 수용한 연암은 조선과 중국, 고전과 창조, 상층과 하층을 넘나들며 고정된 사고를 해체한 '복안(複眼)으로 보기'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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