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건강도 공부처럼 해야-②

연합뉴스 2025-04-01 10:00:15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모두 건강하십니까?"

건강이라는 게 말은 참 쉽다. 많은 사람에게 "건강이 뭡니까?"라고 물어보면 "병에 걸리지 않는 게 건강한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일부분만 맞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내린 건강의 정의를 보면 '질병이나 고통이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양호한 상태'(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웰빙'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하면 완벽한 건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분명한 신체적 건강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 건강을 아주 소극적으로 해석해 몸이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병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건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질병에 걸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경계가 분명히 있을까?

그런 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완벽히 건강하고, 각종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는 완전한 건강 상태에 있는 사람은 통계적으로 15%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의 35% 정도는 실제로 질병이 있거나 어딘가가 좀 불편하다. 특정 질환 때문에 약을 먹거나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35%쯤 된다. 나머지 50%는 뚜렷한 질병은 없지만 개인이 느끼기에 어디가 편치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거나 매시간 생기가 넘치지는 않는 거다. 그래서 의사는 이런 상태를 '병은 아니지만 건강하지도 않다'는 의미로 아닐 '미'(未) 자를 써서 '미병'이라고 이야기한다.

미병 상태에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주관적인 증상은 '피곤'이다.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나 병이 없는데 본인은 피곤하다고 느낀다. 이외에도 어딘가 아프다, 잠을 잘못 잔다, 소화가 잘 안된다, 우울하다, 분노를 느낀다, 불안하다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미병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것인가.

필자는 정부의 건강 정책이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공중보건정책은 어떻게 돼 있는가.

현재는 35%의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만 급급하다. 어떻게 하면 각 질병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를 떨어뜨릴 수 있을지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다.

국민의 실제적 건강, 그러니까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웰빙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

◇ 병은 왜 생길까?

우리는 왜 병에 걸릴까? 멀쩡히 건강하게 살다가 왜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려 고통받을까?

이제까지 많은 사람은 어떤 특정한 원인, 즉 세균이라든가 노화라든가 외부 자극 같은 게 있어서 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사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외부 자극만 가지고서는 모든 질병을 설명할 수 없다.

질병의 또 다른 원인으로 유전적인 문제도 들 수 있다. 선천적으로 발병하는 질병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생활 습관에 의한 질병 문제가 심각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흡연으로 인한 질병이다. 최근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환경적인 요인도 질병의 원인이다. 독자 여러분이 숨 쉬고 있는 공기, 마시는 물, 매일 먹는 음식, 교육 환경, 가정 환경, 국가적인 문제 등등 여러 환경 때문에 병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가상과 현실의 혼동이나 게임중독이다. 최근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사회적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 혼자 잘한다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가정과 집단, 사회 전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건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병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는 것을 좌우하는 가장 주요한 변수는 개체의 저항력이다. 저항력이 강하면, 즉 면역기능이 활발하면 병에 잘 안 걸린다는 말이다.

겨울철 환절기에는 독감이 유행한다. 그런데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독감에 걸리는가?

그렇지는 않다. 독감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흔히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감기를 가벼운 질병으로 취급해 종종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하는데, 감기를 굉장히 경계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특히 노인들에게는 감기가 만병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대 의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인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운'(運)이다. 운이 좋으면 저항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더라도 질병을 피해 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아직도 병에 걸리는 원인을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규명했다고는 볼 수 없다.

◇ 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앞서 건강의 개념을 설명하며 신체적·정신적인 건강이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사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따로 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몸이 아프면 마음도 고달파지고, 반대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그것이 육체의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스위스의 어떤 의사는 전 세계 신문에 이렇게 광고를 냈다.

"나는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그 사람이 치료한 것은 마음이었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암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환자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준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암을 다 고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연결돼있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개인이 어떻게 잘 먹고 잘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왔다. 음식도 잘 먹어야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잘해야 한다.

게다가 개인이 해결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근에 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인자로 떠오른 환경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