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또 월요일이었다.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월요일의 공포'가 또다시 출현했다. 월요일인 지난 달 31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 3%씩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3원에 육박해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공매도 전면 재개와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 관세 소식이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대만 주가도 하락했고 국제 금값도 처음으로 3천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출렁거렸다.
주식시장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는 오래된 역사가 있다. 미국 대공황 당시 주가가 급락했던 1929년 10월 28일이나 블랙먼데이 용어의 원조 격인 1987년 10월 19일 모두 월요일이었다.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2008년 9월 15일도 여지없는 월요일이었다. 심지어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코스피가 9%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235조원이나 사라졌던 작년 8월 5일도 월요일이다.
물론 수요일이나 금요일 등 다른 날에도 주가가 큰 폭 하락했던 날이 있었지만 유독 주식시장과 월요일은 악연인 듯하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역사를 보면 하락률과 하락 폭이 가장 컸던 날이 월요일이고 역대 낙폭 10위에 월요일이 6번이나 들어있다니 이쯤 되면 주가 하락기엔 증시에 '월요일의 공포'가 생길 만하다.
증시에서 월요일은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일요일 밤까지 주말 동안 발생한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 반영되는 데다, 시장에 즉시 반영되지 못한 악재가 월요일 오전 개장 전까지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증폭시켜 시장의 충격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여튼 '블랙 먼데이'는 증시에서 주가 하락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주가나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는 것은 대개 심리적 공포가 가중돼 패닉과 투매가 나타난 결과다. 시장 내외부의 호재나 악재는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불러오지만, 이런 통상적인 수준의 등락을 벗어나는 충격은 대개 시스템 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가 가세한 결과라는 것이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인간이 역사를 통해 별로 배운 바가 없다는 것이야말로 역사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했다. 단기 급반등이건, 완만한 회복이건 시장은 충격의 여파를 항상 회복해왔고, 또 이를 저점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역사의 경험으로 배웠지만, 취약 국면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걸 보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싶기도 하다.
시장의 충격이 발생하는 직접적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성장이 부진하고 상장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이 쌓인 시기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불안한 취약 국면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불안심리가 확산해 투매를 부르고 주가의 낙폭도 커지는 법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이지만 실전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취약 국면이다. 소비심리 악화와 정치 불안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교역 질서가 어지럽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돌발 악재가 튀어나와 시장의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기이므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투자전략이 필요한 때다. 월요일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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