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북쪽 은밀한 곳에 자리한 석조시설…신라인들의 화장실?

연합뉴스 2025-04-01 00:00:30

김경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연구사, 측간 활용 가능성 제시

유적 내 위치·구조 주목…내달 4일 '신라 왕경인의 삶…' 학술대회

통일신라시대 석조변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오늘날 화장실은 칸마다 변기가 놓여 있고, 용변을 본 뒤 물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이 없던 고대 신라에서는 어땠을까.

신라 왕경(王京·신라시대 수도를 뜻함)이었던 경북 경주 일대에서 발견된 다양한 석조시설 중 일부가 측간, 즉 화장실의 흔적이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경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신라 왕경 내(에서 발견된) 석조시설은 측간의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31일 밝혔다.

2017년 공개된 수세식 화장실 유적

김 연구사는 다음 달 4일 경주에서 열리는 '신라 왕경인의 삶, 톺아보기' 학술대회에 앞서 공개한 발표문에서 유적 59곳의 석조시설 187개를 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른바 '화장실 고고학'이라 할 수 있는 측간 사례는 사실 많지 않다.

201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8세기 중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건물터와 석조 변기, 오물을 흘려보낸 배수시설 등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주변 토양 조사에서 기생충이 확인되지 않아 측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불국사 야외전시관 모습

이에 대해 김 연구사는 당대 측간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기생충 흔적이 없다고 해서 측간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은 측간 실체에 다가서기 어려운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 문헌 등을 토대로 고대 사회 측간의 특징을 몇 가지로 압축했다.

예를 들어 측간은 보통 건물의 북편 혹은 서북편에 있었고, 담장으로 둘러싸거나 건물 내부, 혹은 건물 뒤편 등 은밀한 곳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존에 확인된 석조시설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살펴보면 너비가 대개 1.2m 이하인 점도 주목할 만했다.

김 연구사는 "신라 왕경 내 석조시설은 위치, 유적에 상관없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며 "유사한 기능과 목적을 가진 시설"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경주 동천동 7B/L 유적과 인왕동 566번지 유적은 '명확한 측간'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사는 당대 신라에서는 측간도 '급'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왕경 내에서 확인되는 측간용 발 디딤돌은 그 수가 매우 희귀하다"며 "석재로 된 발 디딤돌은 최상위 계층만 영위했고, 대부분은 목재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천동 789번지 유적

김 연구사는 인분뇨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 왕경의 석조시설은 대부분 수거식이기 때문에 배수로를 통해 하천 등으로 바로 폐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료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영남고고학회가 공동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는 측간뿐 아니라 신라 왕경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양하게 짚을 예정이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바둑, 주사위, 윷놀이 등 놀이 문화를 짚고, 경주 황남대총 남쪽 무덤에서 출토한 칠기에 적힌 명문인 '마랑'(馬朗)의 의미도 설명할 예정이다.

학술 행사는 현장에서 등록한 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안내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