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오케스트라엔 배움과 열정 있어…임윤찬, 겸손하고 성숙한 연주자"
트럼펫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전향…"특별하기 보다 평범한 사람 되고 싶어"
(통영=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프랑스, 독일, 미국 연주자들은 음악에 접근하는 철학이 달라요. 독일은 보통 깊이고요, 미국은 퍼포먼스, 프랑스는 기쁨(pleasure)이에요. 이는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어요. 슬픈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제 동료들과 슬픔보다는 즐거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개막 공연을 지휘한 프랑스의 지휘자 파비앵 가벨(49)이 지난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음악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벨은 "직업인으로서 다른 이들을 위해 음악을 한다"며 "그게 나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파비앵 가벨은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명으로 현재 오스트리아의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04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도나텔라 플리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지휘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 심포니의 부지휘자를 거쳐 퀘백 심포니와 프랑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했으며 파리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에서 객원 지휘자로 초청받았다. 2020년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상주 연주자들과 28일과 29일 두 차례 연주회를 열었다. 28일 개막공연에서는 임윤찬, 29일에는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와 각각 협연했다.
가벨은 "(통영국제음악제 측으로부터) 2년 전에 몇몇 공연을 지휘해달라고 초청받았다"며 "여기 와서 (통영의) 풍광과 음식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콘서트홀은 환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정규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장단점을 묻자 "장점만 있다. 모두 모여 음악을 만들려는 열정이 있다"며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우게 되는 것도 축제의 아름다운 점이다. 저도 지휘자로서 음악가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임윤찬, 파블로 페란데스 등 모든 이들로부터 배운다"고 답했다.
공연을 함께한 임윤찬에 관해서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재능 있고 성숙한 연주를 보여준다"며 "그는 겸손하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며 그를 천재(prodigy)라고 칭찬했다.
가벨은 31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파블로 페란데스와 협연도 한다. 가브리엘 포레의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프랑시스 풀랑크의 신포니에타를 들려준다.
가벨은 "(풀랑크의 곡은) 듣기 쉽고 행복한 음악"이라며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등으로부터 요소를 빌려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풀랑크의 음악이다. 연주가 끝나면 큰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포레와 풀랑크의 곡은 '네오 클래시즘'으로 18세기 곡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며 "하이든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벨은 트럼펫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전향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6살부터 트럼펫을 배우다가 20대 때 지휘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는 좋았지만, 트럼펫은 나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지휘는) 매우 천천히 시작했고 쿠르트 마주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콜린 데이비스 등의 보조 지휘자로 활동했다"고 돌아봤다.
가벨은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서 빈의 레퍼토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음악을 발굴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휘자로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두진 않는다면서 대신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꺼냈다. 그는 훌륭한 음악가들과 음악을 오래 하고 가족과도 행복한 삶을 꾸리는 '워라벨'을 강조했다.
"음악에 헌신하지만, 가족에게도 헌신해요. 이 점이 제겐 매우 중요해요. 매일 8시간, 10시간씩 음악을 하다 보면 삶이 없어요. 저는 삶을 즐겨요. 음식과 와인을 좋아하고요. 스포츠도 하죠. 당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겠어요. (중략) 저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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