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70일간 속사포처럼 행정명령 쏟아내…곳곳서 잡음
2026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최대한 많은 업적 내려는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70일을 맞은 가운데 그동안 무더기로 쏟아낸 행정명령들이 국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실행 가능성이나 부작용 등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채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식으로 추진한 정책이 많아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과도기적 진통일 뿐이라며 속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나 부수적 피해 방지를 위해 의사결정에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속도'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팀은 실수를 '감내할 만한 대가'로 여긴다"면서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연방직원 해고, 전시 권한을 활용한 이민자 추방, 시장을 뒤흔든 고율 관세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스맥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간이 제한돼 있고 낭비할 수는 없다.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도 "사소한 차질이 있더라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서 얻을 이익이, 행동하지 않아서 초래될 결과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중 일부는 미국 국민에게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이달 15일 민간 메신저에서 군사작전을 논의하다 실수로 유출한 '시그널 게이트'가 대표적 사례다.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 기지에 불법이민자 3만명을 수용한다는 계획도 현실적 문제로 무산됐다.
미 연방정부가 지출하는 비용을 올해 1조 달러(약 1천470조원) 절감하겠다고 장담해 트럼프의 칭찬을 받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는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으로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핵안전청(NNSA)에서 핵무기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해고했다가 뒤늦게 이들의 업무가 무엇인지 알고 번복하거나, 핵폐기물 보관고 관리 사무소를 폐쇄하려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은퇴자와 산재피해자, 저소득 가구 등 7천만명에 연금과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는 미 사회보장국(SSA) 시스템에 칼을 댔다가 역풍이 일자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관료를 불신하는 트럼프 최측근 인사들이 주요 정책 논의에서 전문성 있는 직업 공무원을 종종 배제하는 것이 문제가 끊이지 않는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NBC 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2기를 통틀어 최고치인 47%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경제와 외교정책에선 이보다 2∼3%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달 14∼17일 진행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5%가 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충분한 준비와 계획 없이 진행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속도전을 늦추지 않는 건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구도가 무너질 수 있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진단된다.
조지아주 스와니시(市) 주민 켄 윌러스(63)는 "그(트럼프)는 축구공을 앞으로 몰고 있고, 그게 바로 많은 이들이 현상유지 대신 그에게 표를 던진 이유"라면서 "그는 시간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그는 잃을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