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2억원 규모 1차 구호품 발송…USAID 직원은 지진대응 중 해고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국제기구들이 최고 등급 비상사태로 선포한 미얀마 강진 피해 지원에 중국과 러시아 등이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의 지원 손길은 아직 닿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부유국이자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원조를 제공한 국가였던 미국이 아직 미얀마에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의 집계로도 지난 28일 발생한 규모 7.7 강진에 따른 사망자는 1천700명이 넘지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 3명으로 구성된 평가팀은 내달 2일까지도 현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초기 구조와 미얀마 지원에 관여했던 이들은 미국의 전반적 대응이 일반적 상황보다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이번 지진 피해가 가장 큰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 구조견과 드론, 지진 감지기 등을 갖춘 구조대를 가장 먼저 보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은 1억 위안(약 202억원) 규모의 미얀마 긴급 구호품 1차 지원분을 실은 항공편이 31일 오전 베이징 공항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1차 지원 물자에는 텐트와 담요, 응급의료 키트 등이 포함됐다.
올해 초까지 USAID 아시아지국에 근무한 마이클 쉬퍼는 "자선을 베풀고 자선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미국 외교정책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현장에) 보이지 않고 중국이 보인다면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은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이 미얀마에 기반을 둔 인도주의 단체를 통해 최대 200만달러(약 29억원)의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를 미얀마에 전달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다수가 붕괴한 상황이다.
우선 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USAID의 직원 일부는 지진 대응을 준비하던 중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USAID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이미 계약직 직원 대부분은 해고된 상황이다.
해고 대상이 된 직원들은 그날 오후 퇴근하도록 통보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태국 방콕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의 재난 대응을 담당하는 구호 단체와 업무 조율을 하던 중이었다.
또한 워싱턴에서 근무 중인 2명은 이번 겨울 미얀마 양곤과 방콕에 미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자문관으로 파견될 예정이었으나 두 자리 모두 없어졌다. 이들이 예정대로 파견됐다면 이번 지진과 관련해 현지에서 긴급 대응 조직을 구성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USAID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말레이시아 수방 자야에 식량과 구호물자 보관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에는 각각 3만명이 3개월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의료 키트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USAID가 거의 폐지된 상황에서 이들 물자를 미얀마로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울러 USAID에는 외교직 외에도 전 세계에 거주하며 위기 상황에 신속히 출동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난지원대응팀이 있지만, 계약직인 이들 상당수가 해고됐다. 또한 워싱턴DC에서 이들의 항공편 예약 등을 지원하는 인프라도 지난 두 달간 예산 삭감 등으로 마비됐다.
USAID는 통상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인된 수색구조팀을 재난 지역에 파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들 팀의 운송 계약도 파기됐다고 전직 구호기관 직원은 말했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원조가 군부를 통해 전달된다면 일부는 군대로 빼돌려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미얀마 정부군이 각지에서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어 자금이 부족하고 사기가 저하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달레이 주민들은 군인들이 건물이 붕괴한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만 하는 모습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장비가 없어 손으로 벽돌 등 잔해를 치우는 동안 군인들 일부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구조팀은 오렌지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만달레이에서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으며, 벨기에 구조대도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진이 발생한 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반군 거점인 사가잉 지역을 두 차례 공습했다.
사가잉 주민 코 아웅 쿄 씨는 NYT에 미국이든 다른 국가든 외국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가잉 주민들은 군부와 4년간 싸우면서 수천 명이 죽었고, 외국 원조는 결국 군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우리에겐 우리 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