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이후 최소 3차례 폭격·7명 사망…"피해지역 군대 지원 안 보여"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가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반군 측이 일시 휴전 방침을 내놓았는데도 미얀마 군사정권이 구조·구호는 소홀히 하면서 여전히 반군 폭격에 치중하고 있어 지진 피해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 28일 규모 7.7의 강진이 중부 일대를 강타한 이후에도 반군을 상대로 3차례 공습을 실시했다고 민간 지원단체 '자유 버마 레인저스' 설립자 데이브 유뱅크가 밝혔다.
유뱅크는 정부군이 미얀마 남동부 카인주, 동부 샨주에서 폭격을 벌였다고 전했다. 카인주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정부군이 소수민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의 본부 근처에서 군용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습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개시했다.
한 반군 단체도 28일 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군 공습으로 전투원 7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KNU는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군사정권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표적으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군이 구호 활동을 우선시할 것이지만, 그 대신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도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는 와중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누구라도 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일이 용납될 수 없다고 압박해달라"고 호소했다.
군사정권은 이처럼 지진 이후에도 반군을 공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조직인 군을 지진 구조·구호·복구 등 지원에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 리처드 호시는 군사정권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눈에 띄는 지원을 많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호시는 "지역 소방대·구급대·지역사회 조직이 동원됐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통상 지원을 위해 동원되는 군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군사정권이 지진 피해 지역을 포함해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날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공세적인 군사 작전을 2주간 중단하고,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지진 구조·구호를 돕기 위해 유엔·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군사정권이 다스리는 지역에서도 정부군이 안전을 보장해줄 경우 NUG 측 의료 전문가들이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과 협력해 긴급 구조·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은 전날 미얀마 지진과 관련해 올해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모하마드 하산 외교부 장관 주재로 특별 비상회의를 열고 미얀마에 인도적 지원을 긴급히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했다.
또 모하마드 장관과 마릿 싸응이얌퐁 태국 외교부 장관이 내달 5일 미얀마를 인도적 차원에서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