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돌아왔다"…예년 분위기 되살아난 아트바젤 홍콩

연합뉴스 2025-03-31 13:00:12

싱가포르·필리핀 등 아시아권 컬렉터들 늘어나

이불·이신자·이배 등 한국 작가 작품 좋은 반응

홍콩에 설치된 아트바젤 홍콩 광고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이 지난 30일 홍콩 전시컨벤션센터에서 폐막했다.

31일 아트바젤에 따르면 아트페어가 진행된 지난 26∼30일 세계 주요 미술기관 관계자들을 포함해 9만1천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아트바젤 홍콩은 아트페어 프랜차이즈인 아트바젤이 '아트 HK'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아트페어를 인수해 2013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240여개 안팎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로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규모가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고,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판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아트바젤 홍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참가 갤러리와 행사를 둘러본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년의 분위기가 되살아 난 것 같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미국과 필리핀에 지점을 둔 실버렌즈의 공동 창립자 이사 로렌조는 "역대 최대의 아트 바젤 홍콩"이라는 평을 내놨고 오스트리아 빈의 한 갤러리 디렉터는 "아시아 컬렉터들이 대거 참석했고 중요한 박물관 이사진 등 서양 컬렉터들도 돌아왔다"며 "홍콩이 돌아왔다"(Hong Kong is back)고 표현하기도 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의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VIP를 대상으로 한 첫날 프리뷰(사전관람) 이후 "지난 몇 년과 비교했을 때 유럽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등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화랑인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회장도 "올해 미술 시장이 조심스럽게 다시 불붙고 있는 것 같다"며 "아트페어와 홍콩이 다시금 예전의 저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거고지언(가고시안) 갤러리는 "상당한 매출을 달성했다"며 "홍콩은 여전히 사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모습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아시아권 컬렉터, 특히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 15년간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 리만 머핀 갤러리의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머핀은 "올해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컬렉터 참여도가 높았다"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온 젊은 구매자나 처음 아트페어에 온 구매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운영 중인 가자 갤러리의 디렉터 역시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설치 미술가 이불의 아트페어 출품작 2점은 최근 전속 계약을 맺은 대형 화랑 하우저앤워스를 통해 각각 26만∼27만5천달러(약 3억8천만∼4억원)에 유럽의 재단에 판매됐다. 섬유예술가 이신자의 작품은 티나 킴 갤러리를 통해 중화권 박물관이 소장했다.

조현화랑은 첫날 전시한 이배 작가의 작품 8점을 모두 판매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부스 내 미니 개인전 형태로 소개한 김윤신의 작품 7점이 판매된 것을 비롯해 박서보, 하종현, 이승조, 함경아, 이기봉, 최재은, 양혜규, 이광호 등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았다.

아트바젤 홍콩과 함께 홍콩섬의 금융중심지 센트럴의 하버프론트에서는 위성 아트페어 '아트 센트럴'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야외에 세워진 천막 형태의 임시 건물에서 열린 아트 센트럴은 주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페어다.

아트 센트럴에 참여한 한 한국 갤러리 대표는 "VIP를 위한 프리뷰 행사를 아트바젤 홍콩보다 하루 일찍 열면서 VIP 방문이 늘어나 실적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